쌈 이용에다 정력, 최면 효능이 있는 ‘상추’
쌈 이용에다 정력, 최면 효능이 있는 ‘상추’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4.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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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93]
▲ 상추. [송홍선]

한반도 식생활 쌈 문화의 대표적인 것이 상추(상치)이다. 이런 상추는 세계적으로 보면 기원전 4000년 무렵의 이집트 벽화에 처음으로 나온다.

따라서 그 재배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원전 550년 무렵에 페르시왕의 식탁에도 상추가 올라갔다고 하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 재배하였음은 물론 생식하였다. 중국에서는 713년 무렵의 당나라 때부터 알려졌다.

한반도의 상추 도입 시기는 연대가 확실하지 않으나 중국을 거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상추는 중국에서 들어온 후 지속적으로 품질이 향상된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고서인 ‘천록지여(天祿識餘)’에 따르면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하여 ‘천금채’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상추는 우량품종으로 육성되어 다시 역수출되었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펴낸 ‘향약구급방’이란 책에도 상추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심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 상추. [송홍선]

현재 재배하는 상추는 크게 4가지의 계통이 있다.

첫째는 줄기상추이다. 아스파라거스상추라고도 하는데, 잎이 가늘고 두꺼운 다육질의 줄기를 먹을 수 있다.

둘째는 양상추이다. 통상추라고도 한다. 반결구상추와 잎이 적당한 온도에서 아주 단단하게 결구되는 결구상추가 있다.

셋째는 오그라기상추라고 하는 잎상추이다. 로제트형으로 나는 잎이 곱슬곱슬하며 길게 갈라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넷째는 배추상추이다. 셀러리상추라고도 하는데, 부드러운 잎이 포개져 결구가 크고 장방형이며 성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심고 있는 종류는 잎상추의 결구상추이다. 한반도에서는 결구상추보다 잎상추를 많이 심고 있다.

한반도의 상추쌈 등 상추의 이용도 오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출신의 궁녀들이 뜰에 상추를 심어 기르고 뜯어다가 밥을 싸서 먹으며 실향의 슬픔을 달랬고, 이를 눈여겨보던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나라 양윤부(楊允孚)는 ‘원궁사(元宮詞)’의 난언잡영에서 ‘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누래서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추로서/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구려’라는 시를 읊고, 고려 사람들은 싱싱한 채소에 밥을 싸서 먹는다는 주를 달았다.

상추는 주로 쌈을 싸 먹으며, 또한 샐러드용 등으로도 이용한다. 상추줄기에서 나는 즙액에는 락투세린(Lactucerin), 락투신(Lactucin) 등이 들어 있어서 진통 또는 최면효과가 있다. 따라서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잘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상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냉이 생기고, 산모가 먹으면 아이가 푸른 변을 본다고 한다. 상추는 주요 성분으로는 단백질 1∼5%, 탄수화물 2.5%, 비타민A 6∼18%, 비타민B1 0.1∼0.3%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상추줄기에서 나오는 진물을 정액에 유감하여 상추가 정력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고추밭의 이랑 사이에 심은 상추는 그 효과가 현저하다고 믿었다. 또한 단옷날에는 땀띠나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상추이슬을 받아 그 물로 얼굴 등을 씻기도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서 상추 밭에는 벌레가 가까이하지 못하며, 뱀이 상추와 접촉하면 눈이 멀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뱀과 상추가 서로 상극임을 말함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장독대 주변에 뱀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흔히 상추를 심었다.

상추의 부드럽고 연한 잎은 연약함을 표상한다. 단옷날에 상추이슬로 얼굴을 씻는다는 것은 벽사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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