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풀 종류를 가장 많이 뜯어오는 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은 풀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물과 친해졌고, 식물의 이름을 욀 수 있었으며, 먹을 수 있는 것과 약이 되는 것을 구분할 줄도 알았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저절로 자연을 알았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어떤 식물을 알면 절대로 잊지 않았다. 억지로 풀이름을 외우지도 않았다. 직접 먹어 보거나 놀이를 하면서 알았다. 수영을 ‘싱아’라 부르고, 띠를 ‘삐삐’라 불렀다.

아이들은 신맛이 있어 ‘싱아’라 부른다는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근자근 씹어 그 즙을 먹어 보았다. 수영은 약간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신맛이었지만 오래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 다시금 아이들이 찾았다.

흔히 싱아라고 하면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과 6.25전쟁까지 작가가 경험했던 묵은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1930년대 개성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1950년대 서울에서의 20대까지를 한 폭의 수채화와 한 편의 활동사진이 교차되듯 맑게 그려냈다. 그 유년의 기억이 바로 ‘싱아’였다. 그런데 이 소설제목의 싱아는 식물도감의 식물명 ‘싱아’가 아니라 ‘수영’을 일컫고 있다.

수영 즉, 싱아는 아이들과 매우 가까웠던 풀이다. 아이들은 누가 싱아를 많이 꺾어왔나 시합하자라는 말을 많이 하였는데, 그런 아이들은 평소 어디에 싱아가 많은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 먹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두 손이 넘치도록 싱아를 꺾어왔다.

싱아를 많이 꺾어본 아이들은 어린 싱아의 아랫마디를 잘 분질렀다. 싱아는 마디를 분질러야 쉽게 꺾였다. 어린아이들은 싱아를 보고도 꺾지를 못하여 울기도 하였으며, 연한 맨 윗꼭지만 겨우 꺾어냈다.

좀 웃자란 싱아 줄기는 잘 부러지지 않았다. 마디와 마디 사이 줄기를 꺾으려고 하면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꺾은 싱아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통째로 씹어 먹으면 신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얼마나 신물이 많이 나는지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싱아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의사는 이 잎에 이뇨작용이 있으므로 약초로 이용하였고, 특히 담석에 많이 이용하였다.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하여 먹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간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소화를 돕는데 많이 쓰고 있다. 민간에서는 잎으로 만든 차를 해열에 마시고 있다.

치아에 좋고 화상의 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영은 특히 혈액을 청정하게 하므로 봄에 즐겨 먹었다.

유럽에서는 16∼17세기에 수영 종류의 잎으로 만든 소스가 유행하였다. 이것은 잎을 썰어서 설탕, 식초를 가한 것이다. 1682년 찰스 11세의 요리사 질 로즈(Giles rose)는 수영 타르트 만드는 법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것은 작은 파이 껍질에 마카로니, 버터, 난황, 오렌지, 레몬 껍질을 유발에서 으깨고 거기에 수영을 짠 즙을 첨가하여 만들었다.

헨리 8세 시대에는 식욕을 촉진시킨다고 하여 존중된 풀이다. 옛 사람들은 샐러드, 샌드위치에 넣어 시큼한 맛을 즐겼으며, 신선한 잎을 병에 채워 와인 식초를 부어 만드는 수영식초는 샐러드의 드레싱에 이용할 수 있다. 신선한 잎 자체를 스프로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영국에서 봄을 알리는 새로 알려진 뻐꾸기(common cuckoo)는 쿠쿠하고 우는데, 이 새는 수영을 먹고 목소리가 좋아지기 때문에 쿠쿠스 미트, 쿠쿠스 소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제주도에서는 옛날 가난한 집의 어린이들이 뜯어먹었고, 이 풀이 자라는 곳에는 뱀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믿어 ‘뱀술’이라 불렀다.

꽃말은 친근한 정, 애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