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숲 좋아 녹음수, 공원수 등으로 식재…느릅나무
나무숲 좋아 녹음수, 공원수 등으로 식재…느릅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5.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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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1]
▲ 느릅나무. [송홍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느릅나무 열매가 땅에 가득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난을 이길 수 없다(滿地楡錢不療貧)’라고 읊었다. 여기에서의 유전(楡錢)은 느릅나무 열매를 말하는데, 느릅나무는 열매모양이 꼭 동전과 비슷하여 그런 한자이름이 붙었다.

유전에 관해서는 당나라 시에도 나오는데, ‘바람이 불어 느릅나무의 열매가 비 오듯이 떨어지고(風吹楡錢落加雨)/ 한적한 숲을 둘러싸고 집을 돌아 쌓이지만(繞林繞屋來不住)/ 진짜 돈이 아니기에 술집으로 갈 수도 없으니(知爾不堪還酒家)/ 나의 발길을 멈춰 생각만 준다(漫敎夷甫無行處)’라고 하여 느릅나무의 열매가 돈으로 비유되어 있다.

그리고 당나라의 한유는 ‘울타리용으로 심은 느릅나무가 푸른 돈을 뿌리고 있다(隔牆楡葉散靑錢)’라고 읊었다. 이는 인가에 심어지던 느릅나무도 돈으로 가치화될 만큼의 공익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 때문인지 흔하지 않지만 느릅나무는 녹음수, 가로수, 공원수 등으로 심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옛 문헌에는 백성들의 이익을 위한 기술정책의 하나로 느릅나무와 옻나무를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영국 사람들은 느릅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아름드리의 느릅나무는 선조들이 남긴 유물로 여긴다. 그들은 느릅나무 아래서 놀고, 사랑을 속삭이며, 인생을 관조하고 음미하다가 죽어서 느릅나무 관속에 들어가 잠든단다.

느릅나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당랑포선(螳螂浦蟬), 당랑재후(螳螂在後)는 이로움을 보고 해로움을 살피지 않으면 재화를 받는다는 뜻인데, 이는 느릅나무를 바탕으로 하여 매미․사마귀․꾀꼬리․어린아이 사이의 먹이사슬에서 유래한 고사 성어이다. 사마귀라는 벌레가 매미를 엿본다는 뜻의 고사성어로는 당랑규선(螳螂窺蟬) 등도 있다.

옛날 중국 오나라의 어느 곳에 큰 느릅나무가 있었고, 그 나뭇가지에 앉아 이슬을 먹으려는 매미는 바로 뒤에서 사마귀가 자신을 노리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마귀는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는 꾀꼬리가 뒤에 있음을 알지 못하였고, 꾀꼬리는 또한 느릅나무 밑에서 활을 겨냥하고 있는 아이가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는 그 나무 아래에 깊게 파여진 웅덩이가 있음을 알 수 없어서 결국 물에 빠지고 말았다.

오나라 왕은 이런 말을 신하로부터 듣고 언중의 말뜻을 깨달아 초나라 침공의 계획을 포기했단다. 그러나 임어당은 이 고사에 나오는 어린아이를 장자라 하였고, 새는 꾀꼬리가 아니라 날개와 눈이 큰 새이며, 나무는 느릅나무가 아니라 밤나무라고 하였다. 어느 이야기가 더 옳은 지는 여기에서 따질 일이 아니므로 그냥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Orpheus)는 그의 아내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다 실패한 후 현세로 돌아와 비파를 구슬프게 연주하였다. 그 비파 소리에 감동한 대지는 땅을 꿈틀꿈틀 밀어 올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마침내 느릅나무의 숲을 만들었다.

▲ 느릅나무-꽃. [송홍선]

느릅나무는 곧 신들이 오르페우스에게 준 선물이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시인인 오르페우스는 또한 훌륭한 음악가여서 그가 노래를 부르거나 비파를 연주하면 동식물들이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단다.

느릅나무는 시 등 문학에서 동전, 돈을 상징한다. 그리고 ‘몽서(夢書)’에는 꿈에 느릅나무의 잎을 따면 큰 은혜를 받게 된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은혜를 표상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느릅나무 밑에서 기다리다’라는 말은 믿지 말라는 의미이며, 느릅나무의 잎을 여인에게 주는 것은 만나러 와달라는 암호이다. 여기에서는 만남을 상징한다.

꽃말은 신뢰, 고귀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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