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다른데도 동일시한 과일…능금나무
사과와 다른데도 동일시한 과일…능금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5.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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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2]

▲ 능금나무-열매. [송홍선]

사과와 너무 비슷하여 구별이 어려운 과일이 있다. 능금나무의 열매 능금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능금과 사과를 동일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능금은 한자로 임금(林檎), 사과(沙果), 조선임금(朝鮮林檎) 등으로 쓴다.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대구를 예찬하는 가요의 제목에서도 사과가 아니라 능금으로 나온다. ‘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뜨는 거리...’로 시작하는 ‘능금꽃 피는 고향(길옥윤 작사·작곡, 패티김 노래)’이 그것이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대구사과가 명성을 떨칠 당시 대구를 대표하는 예찬 가요로 라디오 방송의 전파를 탄 바 있다.

▲ 능금나무-꽃. [송홍선]

능금은 외형상으로 볼 때에 잎의 모양이 사과나무와 너무도 닮았다. 가지에 겨울눈이 거의 없고 과일의 크기가 작은 점이 사과나무와 다르다. 또한 능금은 열매가 홍황색으로 익으며 겉에 흰 가루가 덮이고 남아 있는 꽃받침 밑이 혹처럼 부푼 것이 특히 다르다.

원산지가 중국이므로 서양에 자생하지 않지만 서양에서 전하는 여러 이야기에 종종 능금이 등장하고 있다. 이 경우의 능금은 아마도 개량되지 않은 재래종 사과를 뜻하는 것 같다. 다음의 신화에 나오는 능금도 그렇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와 유부녀 알크메네(Alkmene)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헤라클레스(Heracles)가 어느 날, 야산의 좁은 들길을 걷다가 길에 떨어진 능금(재래종 사과)을 밟았다. 그런데 능금은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두 배로 켜졌다. 헤라클레스는 능금을 다시 밟자 또 두 배로 커졌다.

헤라클레스는 너무 화가 나서 이번에는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능금을 힘껏 내리쳤다. 능금은 부서지지 않고 점점 커질 뿐이었다. 그 때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Athena, 로마신화 Minerva)가 나타나 헤라클레스에게 “이 능금은 싸움의 능금이다. 섣불리 손을 대면 점점 커질 뿐이니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충고하였다. 이 말을 들은 헤라클레스는 화를 가라앉히고 그냥 가던 길을 갔다고 한다.

능금은 선사시대 유적에서 탄화된 흔적이 나왔으며, 석기 시대의 벽화에도 능금으로 보이는 그림이 있다. 능금(재래종 사과)은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애용하였는데, 개량종의 전파는 인디언과 조니 애플시드(Johnny Appleseed, 본명 John Chapman)와 같은 순회묘목상을 통해서 퍼진 것으로 여겨진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1세기경에 재배한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재래종 능금을 재배하였고, 개량종은 1884년에 외국선교사를 통하여 도입되었다. 조선시대의 의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사과의 품질이 기록되어 있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능금술 담그는 법이 소개되어 있어, 능금과 사과는 조선 시대 때 식용으로 널리 알려진 과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능금은 사과와 동일하게 회화나 조각에 자주 등장하는데, 성모마리아에 안긴 아기 예수가 손에 능금을 들고 있거나, 칼 대제(Karl der Grosse)의 오른손에 말을 들고 있고, 왼손에 능금을 들고 있는 그림이 있다. 김춘수는 시 ‘능금’에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라고 능금을 읊었다. 여기에서는 너무나 탐스럽게 익은 능금의 빛깔과 향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능금은 성 토마스(Saint Thomas)의 날(12월12일) 밤에 능금을 둘로 잘라 중심의 종자로 점을 치는 것에서, 행복, 불행을 표상한다. 아기 예수의 손에 들고 있는 능금에서는 세계의 통치를 의미한다.

꽃말은 유감, 풍요, 지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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