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빛나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6.22 16: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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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김현수 교장

 “한 아이의 문제행동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런 까닭에 그 해결책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도벽이 있는 아이에게 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없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도덕률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아이의 ‘비관습적 세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문제는 돌고 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한 것은 ‘역발상’이고 ‘발상의 전환’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김현수 원장(45세, 관악구 청룡동, 사는 기쁨 정신과 병원)의 지적이다.

▲ 도시형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김현수 교장. ⓒ이태향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한을

“부모 노릇을 하려면 같이 견뎌야 하는 것이죠. 좋은 부모는 아이들이 상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김 원장은 도시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교장이기도 하다. ‘빛나지 않는 존재란 없다’는 생각에서 성장학교의 아이들을 ‘별’이라고 부르는데, 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적용한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떤 규칙을 적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때도 그 상황에서 상의하고 적용하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무학급 다연령 학교를 표방하고 있는 이 학교에 대해 “학습속도의 형태가 나이에 따라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나이에 속하는 아이들의 생각도 알 수 있고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소개했다.

새 교육감 체제에 바라는 바를 물었을 때 그는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특목고를 없애고, 대학을 평준화했으면 좋겠다”라고 단숨에 말하고는 웃었다. 바라는 바를 말하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유와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생자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어른들이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통제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기능을 쓰지 않는 것이 되고 그것은 자유롭지 못 하게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지 못 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건강하지 못 하게 됩니다”라며, “혁신학교가 혁신적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독에 대한 과도한 염려

김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인터넷중독 상담전문가이다. 그가 말하는 중독의 요건은 ‘강박이 있는가, 자제하지 못 하는가, 부정적인 사회적 여파가 있는가’이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중독을 의심하거나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질문 :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어서 전철만 타면 게임을 하게 된단 말예요. 중독의 초기 증세일까요?
대답 : 무료한 시간을 적절하게 잘 쓰고 있네요.

질문 :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적도 있는데요?
대답 : 그래서 내릴 때 지나치지 않도록 신경 쓰죠?

질문 : 네, 그렇긴 하죠.
대답 : 나름대로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거예요.


건강염려증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매체에서 넘쳐나는 잡다한 의학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확대해석하여 심각하게 인식해 버리는 염려증. 불안이나 공포심의 발현임에 분명하다.

김 원장은, 사실상 중독의 치료는 완치율이 높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생 동안 치료에 대해 긴장감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과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 본인이 각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봉천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서 얼마지 않은 곳에 ‘성장학교 별’과 ‘사는 기쁨 정신과’가 같이 있는 작은 건물이 있다. 판매하는 물건을 도로에까지 내놓고 음악까지 요란한 그 길의 풍경과 진지한 성장학교 별의 교실 풍경은 사뭇 다르게도 보이고 한편 잘 어울리기도 했다. 사는 일의 기쁨이란, 고통이나 즐거움을 다르게 보지 않고 다 품어 안고 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백팩을 메고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기차 타고 광주시까지 가서 강연을 하고 밤에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넘치게 경험하면서 사는 사람. 나이 마흔을 넘긴지 오랜 그에게서 여전히 이상을 품고서 뛰고 있는 치열한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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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하 2010-07-02 10:09:44
올해 우리반 급훈이 '모두가 반짝이는 별'입니다. 한 사람을 대중의 스타로 만들어 상품화하고 숭배하는 세상에서 모든 아이들을 별로 키우는 김현수 선생님의 교육철학에서 배운 것이지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