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인정은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동력”
“믿음과 인정은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동력”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6.29 08: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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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 운영자 최송일 씨
▲ 청소년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의 최송일 독서 코치. ⓒ이태향

에른스트 디알로그(ernste dialogues). ‘진지한 대화’라는 뜻의 독일어이다.

청소년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ERDIA)’는 에른스트 디알로그를 합성한 말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통해 배움의 재미를 발견하고 나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http://cafe.naver.com/swerdia.cafe)

“토론이라고 하면 흔히 치열하게 논박하고 논쟁하는 것을 떠올리겠지요. 하지만 같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이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그리고 다른 사람은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수용하는 것도 토론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겠네요.”

독서토론 코치가 된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르디아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최송일 코치(33세)는 독서토론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동아리의 매니저인 그는, 뜻밖에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작 전문업체인 외국계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고, 전공 분야도 수학이었다.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교단에 서지는 못 했어요.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무언가 좋은 일을 지원하고 싶었어요. 한비야 씨 말대로 이 일이 저에게는 ‘심장이 뛰는’ 일이예요.”

2008년 2월. 그는 먼저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어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동네(경기도 수원)에서 같이 토론할 친구들을 물색했어요. 고등학교 일 학년생인 두 명에게 동아리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이 주에 한 번씩 독서토론을 하기로 한 거죠. 그해 연말에 여덟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의 직장은 서초동 예술의 전당 사거리에 있지만, 집은 수원이다. 수원에 있는 민들레영토에서 모임을 갖다가 수원 동남보건대 학장의 도움으로 대학 내 강의실에 장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수원시 장안 청소년문화의 집에 동아리로 정식 지원 신청을 하고, 활동을 인정받게 되면서 동아리가 점점 활성화됐다.

“장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주민센터는 좋은 공간이었지만 토요일에는 당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협조해 주지 않더군요. 주말에 출입할 수 없는 주민센터에 대해 ‘주민의 소리’에 탄원도 해보았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동아리 인원은 점점 늘어 웬만한 공간은 협소해 사용하기 어려웠고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 단체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수원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인 슬기샘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지요. 도서관 직원 한 분이 백방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는 토론동아리를 잘 이끌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학습코칭’에 관한 워크숍에 가서 배워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싶었다.

▲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한 에르디아 공개 토론회 모습.

토론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배려를 배운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담임선생님께서 ‘널 믿는다’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정말 잊어지지 않는 순간이었어요. 누군가 나를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든든함이랄까. 그래서 더 착실해지고 더 잘 하려고 노력했어요. 에르디아에서도 교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일이에요. 그것이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에르디아의 정회원은 20~30명 정도 된다. 준회원까지 합하면 60명 정도 되는데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행해야 하는 과제들이 적지 않아 정회원 정도면 정예라 할 수 있다. 정회원이 되면 ‘북 코치’가 될 수 있다. 토론회를 직접 진행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친구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기도 하고 스스로 성장할 기회도 얻는 과정이다.

작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북 코치 여학생은 초등학생들의 토론 북 코치를 하면서 날카로운 논쟁을 즐기던 자신이 조금씩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했다. 자신의 진로를 교사로 정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북 코치로서의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에르디아가 너에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고등학교 생활의 전부라고 대답한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에르디아는 제가 만들었잖아요”였다. 그때 최 코치는 너무나도 기뻤단다. 한 사람이 끌어가는 모임이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동아리의 의도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끔 아이들에게 ‘내게 고마운 점’을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출근하는 버스에서 포스트잇에 깨알처럼 적힌 자신을 향한 칭찬의 말들을 읽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같이 책을 읽고,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성장하면서 손을 잡아주는 어른이 있는 곳은 분명 행복한 곳일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에르디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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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2010-08-05 21:28:28
항상 겸손하게 주워진일을 잘하시더니 드디어
일을 내셨군요... 우리아이들이 더좋은 멋진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명호 2010-07-02 17:03:42
최송일선생님... 그 꾸준함과 열정에 놀랍습니다.
계속 발전과 성장과 풍요가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
화이팅

박영하 2010-07-02 10:06:33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과 더욱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