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력과 마귀제거의 신목(성목)…감탕나무
영원한 생명력과 마귀제거의 신목(성목)…감탕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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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4]
▲ 강탕나무. [송홍선]

감탕(甘湯)은 국어사전에서 엿을 고아낸 솥을 가시어 낸 단물이나 메주를 쑤어 낸 솥에 남은 진한 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감탕은 곤죽같이 된 진흙이나 새를 잡을 때나 나무쪽을 맞붙일 때 쓰는 갖풀과 송진을 함께 끊여서 만든 풀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 새를 잡을 때에 감탕의 끈끈이를 이용했다. 끈끈이의 새덫은 봄이나 초여름에 감탕나무, 꽝꽝나무 등의 나무껍질을 물에 넣어 썩혔다가 가을에 깨끗하게 씻어 내어 절구로 찧은 다음에 잘 개어 떡 모양으로 만든다.

상품으로 할 때는 표백을 하고, 보관할 때는 물에 채워 두고, 부드럽게 만들 때는 식물기름으로 끓여서 개어 둔다.

이 감탕 끈끈이는 점도가 좋아 새의 몸에 닿으면 새가 날지 못하기 때문에 조류의 사냥에 오랫동안 이용했다. 감탕나무의 이름은 예전에 새를 잡기 위해 이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끈끈이 진액으로 끈끈이 덫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제주도에서는 새가 상처가 난 감탕나무의 가지에 앉으면 끈끈이 때문에 날지 못한다고 하여 ‘새잡는 나무’로 불렀다. 옛 사람들은 나무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근 뒤, 그 물을 적당히 증발시켜 끈끈이를 채취했다. 또한 감탕나무는 재질이 단단하여 도장의 재료로 썼으며, 외국에서는 주판알이나 빗 등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전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스칸디나비아 신화(북유럽 신화)에서 웃음과 기쁨의 신 베르테레(Vertere)는 어쩐 일인지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 신들은 모여 베르테레가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우뢰의 신 토르(Thor)에게 간청키로 했다. 부탁을 받은 토르는 한참 동안 궁리를 하고 난 후 “여러 신들은 세상의 모든 나무들로부터 절대로 베르테레를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토르의 말을 듣고 난 신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무들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질투의 신 로키(Loki)는 참나무를 찾아가 그 나무에 붙어있는 겨우살이를 슬쩍 가려 놓았다. 신들은 겨우살이로부터 약속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나무에게서 약속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활쏘기를 하며 놀았다.

그런데 질투의 신 로키는 한 화살에 몰래 겨우살이로 만든 활촉을 끼워 놓았다. 베르테레는 그런 줄도 모르고 활쏘기를 계속하던 중에 로키가 끼워 놓은 화살촉에 맞고 쓰러졌다. 동료 신들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면서도 베르테레의 가슴에 꽂힌 겨우살이의 화살을 재빨리 뽑았다. 그러나 베르테레는 자신의 운명대로 죽고 말았다. 그때 베르테레의 피가 주변의 감탕나무에 뿌려져 열매가 붉게 됐다고 한다.

▲ 감탕나무-고목. [송홍선]

감탕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기기도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사투르누스의 축일인 농신제 때, 이 나무를 바치고 희생의 당나귀를 죽였다. 일본에서는 늘 푸른 잎의 감탕나무를 강한 생명력과 마귀의 제거 능력을 갖는 나무로 여겨 집 울타리에 심거나 이 나뭇가지를 집문에 줄로 매다는 풍습이 행해졌다.

천연기념물 338호의 완도 예송리(예작도) 감탕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이며, 높이 11m, 가슴높이의 둘레 2.7m에 달한다. 이 나무는 매년 새해가 되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고 행운과 풍어를 기원하는 신목의 하나이다.

감탕나무는 겨울에도 늘 푸른 나뭇잎이 남아있는 것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켈트인은 성목(신목)으로 여겨 이 나무를 불태우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마귀제거 등의 벽사를 표상하며, 영국의 아서왕(King Arthur) 전설에서는 녹색의 기사를 상징한다.

꽃말은 가정원만, 선견지명, 통찰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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