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앉은뱅이밀이 노벨평화상 수상 원천…밀
토종 앉은뱅이밀이 노벨평화상 수상 원천…밀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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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6]

가끔 노벨평화상은 이외의 인물에게 주어져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대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거의 위대한 평화 공헌가이다. 즉 핵무기 또는 전쟁 반대자, 인권운동가, 분쟁해결사, 세계적 평화기구를 주도하는 인물, 세계평화에 기여한 석학 또는 국가지도자 등이 기대되는 수상자이다.

만약 농부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1970년에 있었다. 농학자의 노먼 볼로그(Norman E. Borlaug) 박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농부라 말하는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자, 세계 평화에 대한 공헌은 반드시 전쟁을 부정하거나 반전시위를 벌이거나 전쟁터에 직접 참여하는 일만이 최선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볼로그 박사는 미네소타대를 나온 뒤 미 산림국, 듀폰에서 근무하다가 기아해결을 위해 자선단체 록펠러재단에서 육종연구를 했다. 주로 개발도상국의 식량작물 수확량 증진활동을 폈다.

▲ 밀. [송홍선]

그는 1950년대 중후반부터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밀 ‘sonora64’를 개발해 1960년대의 세계 식량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 이후 기아해결을 위해 생명공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 왔으며, 2007년에는 미국의회가 자국시민에게 주는 최고 영예의 ‘골드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출신의 볼로그 박사는 수확량이 많은 밀 품종의 개발과 농업혁신 등으로 ‘녹색혁명의 아버지’라 별칭되고 있다. 그의 녹색혁명으로 1960년과 1990년 사이 세계 식량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 기간 중 곡물생산량이 4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그는 세계 기아와의 싸움에서 10억명 이상의 생명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충분한 식량이 삶의 첫 번째 필수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암 합병증으로 투병하다 2009년에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볼로그 박사는 별세하기 바로 전년도인 2008년 4월에 9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해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적 육종학자인 그는 방한했을 때 그 자신이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 때문에 남달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밀 품종 ‘소노라64(sonora64)’는 한반도 토종의 식물유전자를 이용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다수확 밀 품종 개발은 멕시코에 있는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CIMMYT)에서 연구됐다. 그 교잡육종의 식물유전자원 밀은 일본의 ‘농림 10호’로서 키가 작은 특성이 있는 계통이다. ‘농림 10호’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진주군 농업고문이었던 미국 생물학자 사몬 박사에 의해 자국에 도입됐으며, 미국품종 브레보와 교잡돼 뉴게인스라는 품종을 육성하는 기본이 됐다.

키가 작은 뉴게인스는 한 시험포장에서 10㏊당 1,409kg이라는 놀랄만한 수확량을 기록했는데, 당시 보통밀의 수확량은 300kg 수준이었다. 현재 미국밀의 90% 이상이 ‘농림 10호’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 앉은뱅이 밀. [송홍선]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은 ‘농림 10호’가 한반도에서 대대로 심어온 토종의 ‘앉은뱅이밀’에서 기원돼 일본으로 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볼로그 박사가 직접 말하고 추정하면서 인정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토종 씨앗이 굶주린 사람을 기아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토종의 앉은뱅이밀이었다.

그런데 앉은뱅이밀은 현재 한반도에서 거의 사라져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농업유전자원을 쉽게 잃어버렸던 것이다. 어쨌건 필자는 밀에 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으레 이상과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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