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죽은 시스템’의 사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죽은 시스템’의 사회
  • 여영미 본지 이사/ 한국NGO신문 발행인/ 시인
  • 승인 2011.05.24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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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미의 ‘서울단상’] ②…행당동 버스폭발 사고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까. 20명이 다친 서울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 사고가 수사 9개월째 오리무중이다.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서는 중요한 단서인 연료통 부품이 폭발로 심하게 손상돼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수가 없고 처벌근거 조항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용기를 둘러싼 복합재가 외부 충격에 균열이 생겼고 가스 밸브의 작동 불량 등으로 폭발했다는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해온 경찰은 현행법상 버스회사가 연료통을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는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어 버스회사의 정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해당 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버스폭발로 20명이 다쳤지만 책임 질 사람이 없고 처벌할 수 없으니 결국 무혐의로 끝날 수 있다며 내사 종결 가능성을 내비친 이번 사건은 이리저리 법망만 피하면 아무문제도 없는 사회, 길 가다가 날벼락이 떨어지면 날벼락을 맞는 사람만 손해인 사회, 피해자는 많아도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사회 속에 사람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한 사회가 지속되면서 견딜만한 상황이 넘어 여론이 시끌시끌해지면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엎드리면서 복지부동하고 답답한 대통령은 혼자서 외롭게 개인기를 보인다.

버스폭발 현장이 좀 더 참혹하거나, 다친 사람이 조금 더 많거나, 알만한 누군가가 다쳤거나 했다면 대통령의 개인기는 확실하게 다시 그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면서 문제가 해결된다.

죽었던 시스템이 일시에 살아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서면 죽었던 시스템이 일시에 살아나고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시스템은 고요히 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탈것이 버스밖에 없는 서민, 혹은 환경보호를 위해 나름 철학을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근검절약하면서 남을 돕는데 앞장서는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다.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어쩌다 하루정도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버스는 지하철보다 더욱더 시민의 발이다. 더러는 하루의 애환 속에 옆 거리를 지나치는 세련된 세단을 부러워 하는 날도 있고 여러사람과 부딪히는 힘듬도 있지만 그래도 버스는 함께 타는 사람들이 있는 이웃과도 같은 이동수단이다.

이 완벽한 서민의 발을 이용하다 사고가 났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물을데도 물을 수도 없다면 그 사회는 죽은 시스템의 사회일 뿐 아니라 서민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없는 병든 사회인 것이다.

치유는 대통령이 나서서 다시 지휘를 해야겠지만 지휘를 하면서 다시 일어난 시스템들이 죽지 않도록 호흡을 길게 가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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