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상, ‘제비다방’의 날개 다시 펴다

종로 통인동 옛집 철거 위기 딛고 새로 꾸며 30년대 다방 재연

2012-11-02     이인우 기자

소설 <날개>와 시 <오감도> 등을 남긴 이상(본명 김해경·1910~1937)이 살던 집이 다방으로 꾸며졌다.
지난달 26일 종로구 통인동 154-10번지의 옛 한옥에 문을 연 ‘제비다방’이다. 다방 이름은 이상이 1930년대 황해도 배천에서의 요양 생활 중 만난 금홍이와 함께 시작한 다방에서 그대로 따왔다.

그는 1934년 종합잡지 ‘삼천리’의 ‘끽다점 평판기’에서 ‘봄은 안 와도 언제나 봄긔분 잇서야 할 제비. 여러 끽다점(喫茶店) 중에 가장 이땅 정조(情調)를 잘 나타낸 ‘제비’란 일홈이 나의 마음을 몹시 끄은다.’고 썼다.

이상은 금홍을 마담으로 앉히고 종로 1가에 ‘제비다방’을 차렸지만 경영에 실패하고 얼마 못가 문을 닫았다. 이후 인사동에 카페 ‘쯔루(鶴)’를 냈다가 이 또한 곧 문을 닫았고 광교 근처에 다방 ‘식스·나인(69)’을 개업하려 했으나 영업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이러한 이상의 다방 편력기는 당시 모더니스트들의 ‘트렌드’에 이끌린 끊임없는 시도로 보인다.
이번에 문을 연 ‘제비다방’은 이상이 3살 때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와 23세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는 이 집에서 첫 장편 ‘십이월십이일’(1930), 첫 시 ‘이상한 가역반응’과 ‘오감도(烏瞰圖)’(1931) 등을 발표했다.

그는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했으나 1933년 폐결핵으로 그만두고 말았다.

통인동 집은 ‘이상의 집’으로 불리며 남아있었으나 2003년 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김수근문화재단이 매입해 가까스로 철거되지 않았다.

지금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과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함께 관리하고 있다.
아름지기는 지난해 5월부터 ‘이상의 집’을 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한지 1년 6개월만에 ‘제비다방’의 문을 열었다.

‘제비다방’의 문을 여는 날 가진 개업식 ‘이상, 돌아오다’에는 소설가 조정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 연극인 손숙 등 문화예술인 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