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

2010-11-09     안도현 시인

밀가루 반죽

칼국수 만든다고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요
―나도 좀 만져봤으면
저리 물러가 앉으라고
엄마는 손사래를 쳐요
―주먹만큼만 떼어줬으면
손에 묻히면 안 된다고
엄마는 고개를 저어요
―탁구공만큼만 떼어줬으면
축구공만 한 반죽을
엄마는 혼자서만 굴려요
―나는 하느님처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데
엄마는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밖에 못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