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편·예산낭비 막기 위해 나섰습니다”
“시민불편·예산낭비 막기 위해 나섰습니다”
  • 이인우
  • 승인 2011.06.1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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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대교 공사중지 시위, 염형철 서울환경련 사무처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양화대교 북단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만났다. 16일 서울 양화대교 북단, 포은 정몽주 동상 아래서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이 자리에 천막을 쳤다. 이후 매일 서울환경련 상근활동가들과 함께 번갈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꼭 20일째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그러나 여유가 넘친다. 시위의 목적은 ‘양화대교 확장공사 반대’. 그 이면에 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염 처장은 “양화대교 확장의 당위성으로 내세우는 서해뱃길 크루즈 관광선의 여의나루 입항은 한강운하사업의 완성을 의미한다”며 “한강운하는 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사업과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운하는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경인아라뱃길의 종착지인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15km 구간이다. 서울환경련 입장에서 양화대교는 서울시의 한강운하사업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거꾸로 서울시 입장에서는 운하사업을 완성하는 교두보가 된다.

양측은 물러설 곳이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염 처장은 느긋하다. 이번 싸움의 명분과 논리에서 앞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그보다 먼저 그가 왜 시위에 나서야 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염 처장은 “첫째 시민의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둘째 시민혈세로 조성된 막대한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한강운하사업으로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서울시가 발표한 서해뱃길 예산도 3,623 억원에도 여객터미널 관련 예산이 빠져있어 앞으로 더 늘어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이미 지난 9일 표면화됐다. 양화대교 공사현장을 찾은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 11명과 서울시 측의 날선 공방이 그것이다.

당시 시의회는 당장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그럴 경우 철거비와 재시공비 등 혈세 107억 원이 낭비된다고 맞섰다. 시의회는 서해뱃길 사업을 마치려면 3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107억 원은 뼈아픈 수업료로 여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염 처장 입장도 시의회와 같다. 그는 서해뱃길 사업과 관련, “서울시는 승객 120여명이 탈 수 있는 6000톤급 크루즈 관광선을 계획하고 있으나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계 크루즈유람선의 경우 7만톤급에 약 5000여명이 승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인운하와 김포에서 여의도를 잇는 한강운하는 주변경관 등이 관광뱃길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승객 유치도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 당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려는 이유를 따졌다. 오세훈 시장은 “중국의 부자들이 서해로 관광 크루즈를 타고 한국에 들어와 관광도시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염 처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이 한 얘기는 그 이후 다시 거론된 적이 없다”며 “지금은 국내 관광객 유치로 돌아섰는데 3등실 운임이 70만 원 선으로 항공요금의 몇 배에 이르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6000톤급 선박에서 크루즈선에 걸맞는 승객 위락시설을 갖추거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크루즈 관광선 외 다른 선박의 운항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는 게 염 처장의 관측이다.

그는 “현재 경인운하와 한강운하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서울시에서 인위적인 여객선 운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염 처장은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에 투입한 예산만 1조5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2006년 이후 한강개발을 위해 약 6000억 원을 썼다고 밝혀왔다.

염 처장은 그러나 “서울시의 주장에는 얼마전 문을 연 세빛둥둥섬 관련 예산도 빠진 것”이라며 “이렇게 누락한 예산을 포함할 경우 실제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하면서 ‘회복과 창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염 처장은 “실제로는 막개발만 거듭했다”며 “시민정서와 자연에 순응하는 선진적인 도시개발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양화대교에서 피케팅 시위를 벌인다. 그때마다 다리를 건너는 시민들의 호응이 쏟아진다. 염 처장은 “올 연말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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