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좋고 주황색 열매 색료로 이용-치자나무
꽃향기 좋고 주황색 열매 색료로 이용-치자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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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풀꽃나무 타령' 114]

▲ 꽃치자나무. [송홍선]
‘치자꽃이 집에 있으면 그 집에 사는 여자가 바람이 난다’는 속설이 있다. 필자는 치자나무의 꽃에 그런 속설이 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해설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주역에 ‘음한 기운이 모인 것은 모두 6수로 되어 있다’는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설하고 있었다. 억지로 설명하면 치자나무 꽃잎이 5-7개(보통 6개)이므로 6수와 관련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치자나무의 꽃향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꽃이 아름답기도 하고 향기가 최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서 동남아 지역에서는 신혼방에 향기가 짙은 자스민을 넣어 주면 행복해진다는 주술이 전하는데, 더불어 자스민 꽃향기의 최음 효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좋다고 한다.

치자나무는 영명과 속명이 가데니아(gardenia)이다. 영명의 유래와 관련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영국에는 가데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순진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겨울밤에 소녀는 방의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하얀 꽃을 한 아름 안은 천사가 서 있었는데, 이 천사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천사입니다. 당신이 너무나 순결한 소녀이기 때문에 이 씨를 드립니다. 이 씨를 심고 자라나면 당신은 틀림없이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후에 곧 사라졌다.

씨를 심고 꽃이 핀 어느 날 밤에 천사가 다시 나타나 소녀에게 말하기를 “이 꽃은 계속 아름답게 피어 날 것이며, 당신은 훌륭하고도 순결한 청년을 만나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소녀가 “내 남편이 될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천사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요”라고 말한 후 곧이어 늠름한 청년으로 변하였다. 그 후 가데니아 소녀는 청년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몄는데, 청년은 소녀가 피운 그 꽃의 이름을 소녀의 이름과 같이 가데니아(치자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치자나무와 관련한 우리의 생활민속이야기도 더러 전한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큰 잔치가 있을 때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솥뚜껑을 거꾸로 놓고 치자나무 열매로 물들인 쌀가루나 밀가루 등으로 파전이나 빈대떡을 부쳤다. 치자나무는 ‘만선식물’에 색료로 썼다는 내용이 있다. 주로 과자류나 떡, 감자, 밤 같은 것을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데 많이 썼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구멍가게에서 실에 주렁주렁 꿴 치자나무 열매를 매달아 놓고 팔기도 했다.

또한 선인들은 술잔에 치자나무 꽃잎을 띄워 그윽한 향과 더불어 술을 마셨는데, ‘산림경제’에 치자나무 꽃잎을 술에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자명 치자(梔子)는 술잔 치자에 나무 목자를 붙었는데, 그것은 꽃 모양이 술잔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것 같다.

한방에서는 진정, 이뇨제로 주로 쓰고 있으며, 소염제로서 각종 염증이나 신열, 두통 등은 몰론 위장병, 당뇨병, 황달, 임질, 불면증, 결막염 등에도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여 쓴다. 부인들은 수면제로 이용하였으며, 옛날에는 군량미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쌀을 치자나무 열매의 물에 담갔다가 쪄서 저장을 하는 습속이 있었다.

▲ 치자나무 열매. [송홍선]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치자나무에 4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 첫째는 하얀 꽃이고, 둘째는 진한 향기이며, 셋째는 늘푸른 잎이고, 넷째는 노란 열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특히 치자나무 꽃을 목련, 옥잠화와 함께 청초한 꽃으로 여겼다. 가데니아 전설에서는 순결을 상징하며, 강한 냄새를 풍기는데서 향기를 표상한다.

꽃말은 청결, 행복, 즐거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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