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서해뱃길에 묻힌 서울시정’
‘주민투표·서해뱃길에 묻힌 서울시정’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6.30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변곡점 앞둔 오세훈 시장 민선5기 1주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5기  1주년을 맞았다.
오세훈 시장이 민선 5기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오 시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후보와 경합을 벌여 2만6412표차(0.6%)로 신승했다. 개표 막판 강남·서초의 몰표가 없었다면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이같은 결과는 오 시장의 시정 방향을 예고했다. 오 시장이 강력한 보수 성향을 띠게 될 것이란 당시 예측은 민선 5기 1년을 돌아볼 때 빗나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시의회는 오 시장과 서해뱃길 사업, 전면무상급식 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오 시장은 전면무상급식 시행에 6개월 이상 시정질문 불출석으로 화답했다. 의회가 제동을 건 서해뱃길 사업은 예비비 투입 강행으로 정면 돌파했다. 오 시장과 의회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소야대 의회와 대결구도 ‘현재진행형’

서울시는 시장과 의회와의 갈등 속에서도 성공적인 시정을 이끌어왔다고 평가한다. 서울시 정책 가운데 눈길 끄는 대목은 ‘서울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복지 부문에서는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내세우고 경제·고용 부문에서 ‘서울형 사회적 기업’ 등을 내세운다.

서울시는 ‘서울형’ 사업에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먼저 복지 부문에서 창업·교육·주거 자립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저소득층의 저축 금액만큼 추가 적립해주는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은 출범 2년만에 적립금 1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사례를 내세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시범사업 참가자는 98명에 불과했고 이들 가운데 52명이 적립금을 받았다. 실질적인 수혜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도시경쟁력이 2006년 27위에서 올해 9위로 올라섰고, 금융경쟁력지표는 53위에서 16위로 도약했다는 점 등을 제시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컨벤션개최도시 순위도 지난해 9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 29일 COEX에서 국내·외 MICE 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MICE 산업전’을 개최했다.

서울시는 외국인투자여건 개선과 적극적인 디자인·문화·해외도시마케팅을 전개, 서울의 도시·금융·관광경쟁력이 향상됐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도시경쟁력 등 눈에 띄는 외형적 지표에 감춰진 재정건전성은 악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부채는 2006년 1조1460여억 원에서 2007년 1조3630여억 원, 2008년 1조8530여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3조2450여억원으로 전년대비 200% 이상 폭증했다. 시의회는 투자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서울시 부채가 25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서울시의 과다한 ‘묻지마 투자’ 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시의회 오승록 의원은 “서울시가 경호와 안전성 문제 등 세빛둥둥섬이 G20 개최장소로 선정되기 어려웠던 상황에도 부랴부랴 예비비까지 동원해가며 욕심을 부려 160억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부채 200% 폭증, 시 재정건전성 악화

오세훈 시장이 인천-제주간 카페리선 오하마나호 갑판에서 서해뱃길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측은 “미리 예측을 해서 사전에 예산을 짜고 집행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당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예산낭비를 인정했다. 시 홍보예산도 2006년 167억원에서 2007년 197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5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해외 홍보비 예산은 2007년 40억 원에서 지난해 311억 원으로 올랐다.

전시성 사업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와 ‘서울형 사회적 기업’ 지원 등이다. ‘서울형 사회적 기업’ 지원은 고용노동부 인증조건 7가지 중 3가지 조건(조직형태·사회적목적실현·유급근로자고용 및 영업활동)을 충족한 경우 서울시에서 지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 1년차일 경우 인건비 월98만원을, 2년차는 인건비의 60%를 서울시가 지원한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이러한 사회적 기업 1000개를 발굴, 2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6월 현재 청년기업가가 운영하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은 14개에 불과하다.

오 시장의 향후 3년 행로는 현재 진행 중인 서해뱃길 사업과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민투표는 전면무상급식 문제를 여야가 충돌하는 정치이슈로 변질시켰다.

이는 오 시장이 전면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포퓰리즘을 먼저 들고 나오면서 전면무상급식은 ‘무책임한 진보’와 ‘책임질 줄 아는 보수’의 대결이라는 오세훈 식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전면무상급식을 진행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는 검증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들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80만1263명의 주민투표 서명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투표는 8월 20일 께 치러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 서명안이 제출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암초는 반드시 도려낸다는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무상복지 포퓰리즘 남발에 대한 분명한 쐐기를 박고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투표에는 약 18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포퓰리즘’으로 보수·진보 대결 프레임 선점

지난 16일 오세훈 시장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180억 짜리 도박판이라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투표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투표함을 아예 못 열게 된다. 투표율을 달성해도 찬성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오 시장은 패배한다. 

오 시장은 이럴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밝혀 왔으나 아직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반면 오 시장이 공언한대로 투표율이 유권자의 1/3을 넘겨 그중 과반수가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면 오 시장은 확실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럴 경우 오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확실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더구나 친이와 친박으로 양분된 한나라당 구조에서 청와대가 어느 주자를 지원할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투표 결과가 오 시장 쪽으로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중앙당과 서울시당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실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내에서조차 오 시장을 ‘계륵’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출구전략 없이 이러한 ‘이벤트’를 벌인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악의 경우 시장직을 내놓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대권도전을 위한 사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계층에게는 복지 포퓰리즘의 희생양 이미지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 친이계의 지원사격도 만만치 않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22일 중진의원 회의에서 “국가 운명을 가를 반(反)포퓰리즘의 ‘낙동강 전선’이 8월 말로 예정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인데 이 문제에 당의 입장이 애매모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의 오 시장 지원을 독려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 변화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주민투표와 함께 당면한 문제는 서해뱃길 사업이다.

현실에 발목 잡힌 ‘미래 먹거리 사업’

오 시장은 ‘미래 서울의 먹거리를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가 거센 반발을 보이는 현실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서해뱃길 사업의 핵심은 한강 여의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중국까지 크루즈관광선을 띄우는 일이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중국의 신흥부자를 서울로 끌어들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서해뱃길 사업과 맞물린 경인 아라뱃길조차 삐걱이고 있다. 경인 아라뱃길은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오 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합작해 2조원 이상의 공사비를 투입해 오는 10월 개통 예정이다.

최근 한국일보가 경인지역 물류·관광업체 10곳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경제성이 없어 경인운하가 개통되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을 왕래하는 5000톤급 배를 띄워서는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서울시에 치명적이다.

또 크루즈는 최소 2만~3만톤급은 돼야 승객 500~700 명 유치와 기본적인 위락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지적은 6000톤급 서울-중국 크루즈관광선 취항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강운하와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에 서울시가 투입한 예산이 이미 1조5000억 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여기다 서해뱃길 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한강운하와 서해뱃길 사업에 ‘올인’하는 까닭을 정치적 동기로 풀이하기도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한강르네상스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닮은 꼴이고 서해뱃길과 한강운하도 4대강 사업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밀어붙이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묶어서 볼 때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민선 5기 1주년을 맞은 오 시장은 어느 단체장보다 큰 정치적 짐을 짊어져 왔고 오는 8월 주민투표라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