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완화시키는 향기의 꽃-샐비어
슬픔 완화시키는 향기의 꽃-샐비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7.0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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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풀꽃나무 타령' 116]

샐비어(salvia)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함께 알려진 해바라기, 코스모스, 채송화보다 늦게 원예용으로 알려진 꽃이다. 샐비어는 우리말로 흔히 깨꽃이라 한다. 영어로는 세이지(sage) 또는 샐비어이다. 샐비어는 영명이면서 동시에 학명의 일부인 속명이며, 세이지의 라틴어 옛 이름이다.

그리고 샐비어는 라틴어 salveo(건강), salvare(치료)에서 유래하듯이 예로부터 약효가 좋은 약초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5월에 세이지를 먹어라’는 속담과 함께 ‘정원에 샐비어를 심어 놓은 자가 어찌 죽을 수가 있겠는가’라는 말이 전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샐비어 꽃을 뽑아 꽃꼭지에 입을 대고 빨아먹었다. 이 꽃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꿀처럼 달콤한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샐비어차는 진정작용을 가진 건강음료로 알려졌는데, 이 차는 17세기 홍차가 전해지기 전부터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 각국에서 널리 마시는 음료였다. 

또한 서양에서는 잎을 말려 가정상비약으로 삼거나 돼지고기와 잘 조화가 되는 까닭에 소시지나 치즈의 향료로 썼다. 프랑스에서는 출산을 앞둔 여성의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이 샐비어 잎을 담근 와인을 부인에게 마시게 하였다.

샐비어는 치즈의 풍미료로도 이용하며, 이탈리아에서는 농민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버터를 바른 빵에 샐비어를 곁들여 먹고 있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샐비어 잎을 따서 이것으로 이를 닦는 관습이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 때문인 듯하다.

복카치오의 작품 ‘데카메론’에는 젊은 남녀가 샐비어의 잎으로 독사(毒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쌍의 연인이 샐비어 꽃이 핀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때 청년은 샐비어 잎을 따며 “이 잎으로 이빨을 닦으면 깨끗해집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그 잎으로 이빨을 문질렀다.

그런데 청년은 갑자기 정신을 잃더니 이내 죽고 말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녀가 독살하였다고 의심하였다. 그녀는 누명을 쓰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샐비어 잎을 따 이빨을 문지르고 곧이어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하도 이상해 샐비어를 뽑아 보았더니 그 뿌리에 큰 두꺼비가 붙어 있었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두꺼비가 내뿜은 독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샐비어의 탄래화 유래담은 다음과 같다. 북유럽 어느 나라 참나무 숲의 동굴에 예쁜 요정 세이지가 살고 있었다. 세이지는 이성에 눈을 뜨면서 자기 나라의 왕을 사랑하게 되었다. 왕도 세이지의 사랑을 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정숙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랑을 받아드렸던 것이다. 그러나 활활 타오르는 사랑은 요정의 생명과 맞바꾸게 되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세이지는 왕의 팔에 꼭 안긴 채 죽고 말았다. 왕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렇지만 세이지는 죽어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하여 왕이 살고 있는 궁궐의 뜰에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세이지(샐비어)이다. 샐비어는 유럽에서 옛날부터 다양한 힘이 있다고 믿어져 왔는데, 그 꽃은 정신을 고양시키고 수명을 늘리며 슬픔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샐비어의 통속명 세이지는 현명하다는 말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 꽃을 달여서 마시면 두뇌가 좋아진다는 미신이 생겼고, 그래서 지식의 발달이라는 꽃말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불타듯이 타오르는 진홍색의 꽃은 정열을 상징하고 있다. 꽃말은 건강, 가정의 덕, 나의 마음은 불타고 있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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