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채요 장채며, 약채요 식채로 유명-쑥
향채요 장채며, 약채요 식채로 유명-쑥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7.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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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119]
▲쑥은 우리나라 고유의 향채이자 식채, 약채 등으로 널리 쓰였다. 사진은 말린 쑥을 보관한 모습.

‘쑥경단, 쑥설기떡, 쑥버무리, 쑥굴리, 쑥찐빵, 쑥국, 쑥강정, 쑥국구, 쑥콩가루죽, 쑥차, 애탕국, 망개떡 등’ 이는 쑥을 이용한 전통 음식의 종류들이다.

쑥은 한반도의 고유한 향채요 장채며, 약채요 식채이다. 곧, 쑥은 ‘채’로 부를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 필요한 나물이며, 고유 음식의 재료이다. 또한 쑥은 한방에서 쑥뜸을 뜨거나 불임, 오한, 류머티즘의 약재로 썼다.

구토가 심할 때 즙을 마시면 낫게 할 뿐만 아니라 해독작용과 몸을 온하게 하며, 위장병, 복통, 이뇨, 대하증 등의 백병을 낫게 하는 영약이기도 하다. 쑥은 한반도의 경우 단군시대에 먹었으며, 송사(宋史)에 ‘고려에서는 3월 삼짇날에 쑥떡을 먹는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신라 때부터 전통음식으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쑥은 현대과학으로 걸러져 향료, 화장품, 약재, 조미료, 식료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라고 하였고, 송나라의 왕안석은 ‘쑥은 백질을 평온하게 하는 풀이다.’라고 하였다.

소송(蘇頌)은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 ‘쑥의 약효는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라고 하였다. 쑥은 베갯속의 침향 또는 부향이라 하여 방안의 향료로도 썼으며, 부탕향녀란 말이 있듯이 여인의 색향 향료이기도 하였다.

특히 쑥은 ‘애쑥국에 산촌처자 속살이 찐다.’라는 시구와 더불어 ‘임원십육지’와 ‘본초강목’에 ‘여자의 생기에 윤기를 돋우고 음기를 이롭게 한다.’라고 되어 있어 옛 부녀자들이 먹는 화장품이기도 하였다.

또한 한반도에서는 단옷날 정오에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쑥을 뜯어다가 묶어 문 옆에 세워두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의 ‘5월 5일 쑥을 따서 사람형상으로 만들어 문지방 위에 걸어두면 독기를 몰아낸다.’라는 기록과 함께 무규(武珪)의 ‘연북잡지(燕北雜誌)’에 ‘요(遼) 지방 풍습에 5월 5일 발해(渤海)의 숙수(熟手)가 쑥을 올린다.’라는 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세시잡기’에는 단옷날에 쑥으로 호랑이를 만든다고 하였다. ‘동국세시기’에는 ‘5월 단오에 왕은 애호(艾虎), 즉 쑥으로 만든 호랑이를 규장각의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와 비슷한 기록은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등에 나타나는데, 모두 벽사를 위한 행위였다. 단옷날에 쑥을 뜯거나 이사 때 쑥을 태우는 것도 벽사의 뜻이었다. 또한 여름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쑥대를 머리에 꽂았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쑥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신 아르테미스(Artemis)에게 바쳐졌다. 그리고 쑥이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의 성초(聖草)였기 때문이라고 하며, 쑥의 쓴 맛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여 죽은 뱀의 흔적이 이 풀로 변하였기 때문이란다.

북유럽의 전승에 따르면, 쑥은 잎이 북쪽을 향하는 자력(磁力)이 있어 점이나 주술에 이용되었다. 플리니우스는 독충을 방지하는 힘이 있다고 하였으며, 쑥을 가지고 여행을 하면 피곤하지 않는다는 속언도 있다.

송나라 설화집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쑥뜸으로 흰 뱀의 혹을 떼어 주고 거부가 된 최위(崔韋)의 이야기가 있다. 중국 ‘한무내전(漢武內傳)’에는 서왕모(西王母)가 신선의 차약(次藥)중에는 신령한 떨기쑥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요(療)나라에서는 단옷날에 발해의 요리사가 쑥떡을 왕에게 바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 후쿠이 지방에서는 쑥으로 떡을 만들어 말렸다가 여름에 구워 먹는다. 꽃말을 평화, 비밀스런 사랑, 이별과 사랑의 고통, 부재(不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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