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天災 아닌 人災”
“우면산 산사태, 天災 아닌 人災”
  • 박혜원 기자
  • 승인 2011.08.0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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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초구 “폭우 탓”vs 주민들 “잦은 공사 탓”
▲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

서울시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관련기관들이 예상치 못한 폭우가 1차적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산사태를 직접 겪은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서울시 서초구 주민들은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으로 구청이 조성하고 있는 생태공원 등 잦은 공사 때문이라고 항의하며, 작년 9월 등 폭우가 내릴 때마다 피해들이 속출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작년 9월 20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토사와 돌덩이들이 인근 도로로 떨어졌으며, 물이 넘쳐 주차장 등으로 흘러들었다. 당시 구청에서는 주민들에게 ‘하루빨리 복구하겠다’는 안내를 했지만 제대로 복구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김경진(49) 씨는 “작년에 복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폭우가 쏟아지니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때 대책을 마련하고 복구를 제대로 했더라면 우면산 산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박숙자(68) 씨도 “계속된 우면산 개발도 그렇고 디자인서울이나 한강르네상스 등에 시민 세금을 쏟아 부어 여기저기 파헤쳐 놓으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는 서울시와 서초구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서초구청은 이같은 주민들의 항의가 말이 안된다며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을 100년만의 폭우로 인한 ‘천재’였다고 반발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우면산 대부분은 사유지라 구청이 임의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고 현재 등산로를 개설하고 이정표를 세웠다고 40억원의 부당 이익금을 내놓으라는 소송까지 걸려 있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산을 건드릴 수 있겠냐”라며 “또 작년에 산사태가 난 곳은 지금 70~80%가량 보수작업을 했는데, 이번에 거의 토사 유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한편 지난 주말 산사태 원인분석에 착수한 서울시는 우면산의 정상부 군부대에서 모아진 빗물이 이번 산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일 서울시와 서초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은 “군부대 방향으로 연결된 산사태 흔적 3곳 중 래미안아파트 방향 산사태 흔적이 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면밀한 현장조사와 시험, 해석을 거쳐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원인분석에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 자치회장인 곽창호(55) 씨는 “서초구와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천재(天災)라고 주장하는데 우선 전문가 등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음을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26일 산림청에서 서초구 담당공무원들에게 ‘산사태 위험’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책임공방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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