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죽, 쌈, 기름, 양념 등으로 이용-들깨
들깨죽, 쌈, 기름, 양념 등으로 이용-들깨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8.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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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21]

특별한 식당을 가면 으레 들깨가 나온다. 들깻잎은 쌈밥 식탁에 부차적으로 준비된다. 불고기 전문식당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들깻잎은 육고기, 특히 삼겹살을 익혀 먹을 때에 쌈용으로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야채가 되었다.

식당 손님들은 행여나 들깻잎이 없으면 상추가 있더라도 달라고 요구한다.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지만 그냥 상추와 더불어 있어야만 불고기의 맛을 더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들깻잎은 특이하게도 방향성 성분(perillaketone, perillaldehyde)이 들어 있어 독특한 향기를 낸다. 그래서 깻잎쌈을 비롯하여 깻잎부각, 깻잎김치, 깻잎장아찌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들깨 종자는 수분 17.8%, 단백질 18.5%, 섬유질 28%, 비타민 B2가 0.11mg, 니코틴산 3.1mg 등이다. 지방은 40% 정도를 함유하고 있어 많으며, 주요 지방산은 올레인산(oleic acid), 리놀레인산(linoleic acid)과 소량의 팔미틴산(palmitic acid) 등이다.

양념으로 쓰거나 기름을 짜서 요리용과 등화용으로 이용한다. 또한 기름은 유지용 페인트 니스 등의 재료로 쓰며, 유칠(油漆)이라 하여 칠 대용품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들깨 종자와 흰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서 쑨 들깨죽은 노인이나 병후 회복에 좋다.

그리고 들깨죽은 물에 불렸다가 그늘에 말린 들깨를 볶아 맷돌에 갈고 여기에 시원한 물을 타서 마시는 강계지방의 것이 유명하다. 이것은 피부를 곱게 한다고 하여 딸을 둔 어머니는 딸을 시집보낼 때에 별미음식으로 특별히 많이 먹게 한단다.

또한 들깨는 조선시대 궁중음식의 양념으로서 거의 대부분의 탕에 쓰고 있다. 1901년의 궁중음식에는 ‘임수탕’이라는 호화로운 들깨국이 있었다고 한다. 종자는 볶아서 가루로 내어 양념으로 쓰기도 한다. 그을음으로는 먹을 만든다.

들깨는 이렇게 이용가치를 늘어놓지 않고서도 이미 잘 알려진 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깨를 알고 있다. 둥그스름한 잎의 모양만 보아도 들깨라는 사실을 금방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들깻잎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이와 비슷한 소엽(자소)이라는 식물의 잎을 보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소엽의 잎이 들깨의 잎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들깨와 소엽의 구별은 어렵지 않다. 들깻잎은 보통 녹색을 띠는데 반하여 소엽의 잎은 자줏빛을 띤다. 간혹 들깻잎도 뒷면이 연한 자줏빛을 띠는 경우가 있지만 앞면은 녹색이다. 들깨와 소엽은 이것만으로도 구별이 쉽지만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꽃의 빛깔이다.

들깨의 꽃은 흰빛이지만 소엽의 꽃은 연한 자줏빛이다. 이밖에도 소엽의 잎은 일상적으로 식용이 적고 대부분 약용하기 때문에 불고기 전문식당에 잘 오르지 않는다. 들깨는 인도 또는 중국 남부가 원산의 한해살이풀이다.

따라서 들깨는 아시아 지역의 특산물로 재배되었으나 최근에는 러시아, 미국, 남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신흥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고대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으며, 일본에는 ‘화명류취초(和名類聚抄)’에 들깨의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참깨와 함께 들깨를 재배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부터 전 지역적으로 재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향약집성방’에는 들깨가 임자(荏子) 또는 수임자(水荏子)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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