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왜 대권포기 선언했나
오 시장, 왜 대권포기 선언했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8.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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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는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행보 아니냐는 억측을 불식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주민투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에서는 주민투표일을 10여일 남겨 둔 시점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일깨워 투표율 33.3%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충격요법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며칠 전부터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거취 표명의 표면적 이유는 오 시장이 자신의 진정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는 주민투표 성립 요건인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참여가 어렵다는 전망을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방책이라는 분석이다.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에서도 계륵과 같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주민투표를 전격적으로 지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내부 사정은 간단치 않다.

친박계의 경우 오 시장이 이번 주민투표에서 승리해 부상할 경우 차기 대권을 놓고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 일부는 주민투표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오 시장으로서는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권 포기 선언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또 냉담한 서울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 내내 비장한 표정으로 주민투표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주민투표가 시작된 7월과 8월 불면과 고통의 밤이 이어졌다”는 감성적 호소로 말문을 열었다.

선언문의 많은 부분을 최근 세계 경제위기와 영국 등 유럽의 폭동 문제에 할애하기도 했다. 경제위기와 폭동의 이유가 바로 무분별한 복지정책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한편, 전면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자신의 종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 무상급식은 곧 복지 포퓰리즘이고 이는 결국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주민투표에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이번 투표가 모든 국민의 미래 생활을 담보하는 중요한 정치적 분수령이라는 점을 각인시켜 투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같은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복지정책 때문에 경제위기가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시점에서 나와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 시장이 이날 투표결과에 따른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여운을 남겼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이 문제는 차후에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혀 주민투표일 직전에 다시 한 번 충격 발언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산 아니냐는 억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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