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하는 요정의 화신, 달맞이꽃
달을 사랑하는 요정의 화신, 달맞이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8.04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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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23]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드는 꽃이 있다.
여름의 강변 등에서 일몰과 함께 노란빛의 꽃이 피는 달맞이꽃이다. 두해동안 살아남는 풀이다.

▲왕달맞이꽃   ⓒ송홍선

달맞이꽃은 우리의 본토식물처럼 자라지만 원래 한반도 토종이 아니다. 원산지의 남미에서 건너온 외래귀화식물이다. 한반도에 들어온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920년 무렵에 외국인 선교사가 관상용으로 도입하여 심은 것이다. 꽃피는 습성 때문에 승려들이 밤에 절의 위치를 찾기 위하여 심기도 하였다.

요즈음은 이곳저곳에 달맞이꽃이 심어지고 있다. 종자(씨)의 기름을 얻기 위하여 마구 심고 있는 것이다. 이 기름의 약효를 누가 만병통치약처럼 소문을 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기름은 식용 또는 약용한다.

한방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고혈압에 쓰는가 하면 신장염, 해열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여 쓴다. 민간에서는 비만증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다이어트(diet)에 좋다고 선전하고 있다.

달맞이꽃의 종자는 매우 작아서 1,000알의 무게가 겨우 0.15~2g이다. 모양은 불규칙한 타원체이다. 홈이 많고 씨껍질이 상당히 두껍다. 기름 함량이 21~23%로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종자의 기름은 천연의 감마리놀렌산(γ-linolenic acid)을 함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지방산은 혈액순환 장애개선 등의 효능을 나타낸다. 이 효능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는지 오늘날에는 다이어트까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신진대사 활동이 빨리 이루어지면 몸에서 사용하다 남는 영양분을 소비하므로 지방질이 피하지방에 축적되지 않고 소변으로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보조식품으로 달맞이꽃 기름이 잘 팔린단다. 효능의 믿음은 여기에서 필자의 판단이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달맞이꽃은 종자를 뿌리면 15~20일이면 싹이 튼다. 초기의 생육이 더딘 편이나 잎이 2~3개 나오면 빠르게 자란다. 첫해에 대개 30~40cm가 자라며, 토양, 광선 등에 적응력이 매우 강하다. 어린잎은 소가 먹지만 성숙한 잎은 먹지 않는다.

겨울에는 뿌리와 일부의 잎이 남아 월동한다. 수분이나 영양분이 부족하면 잎이 붉어지면서 광합성량을 줄여 자구책을 찾는다. 다른 잡초와의 경쟁력도 매우 강하다. 자라는 곳은 햇빛이 많은 강둑이나 밭둑 또는 야지이다.

도중에 달맞이꽃의 종자 이야기가 너무 지루한 것 같아 신등의 이야기를 불숙 꺼낸다.
옛날 그리스의 어느 호숫가에서 별을 사랑하는 요정들은 별이 떠있는 밤인데도 달을 사랑하는 요정이 있다고 제우스(Zeus) 신에게 일러 바쳤다. 제우스는 화가 나서 달을 사랑하는 요정을 멀리 쫓아내었다.

이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가 쫓겨 난 요정을 찾아 벌판을 헤매었다. 제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 아르테미스가 가는 곳마다 앞질러 가서 구름과 비로 이를 방해하였다. 그 사이에 달을 사랑하던 요정은 아르테미스를 기다리다 점점 여위어 결국 죽고 말았다. 아르테미스는 요정을 언덕 위에 묻어주었다.

그 후 제우스는 자신의 지나친 행동을 미안하게 여겨 죽은 요정의 넋을 달맞이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때문에 달맞이꽃은 달이 없는 밤에도 행여나 달이 나올까 기다리며 홀로 외롭게 꽃이 핀다는 것이다.

▲달맞이꽃   ⓒ송홍선

사람들은 밤에만 꽃이 피기 때문에 달맞이를 하는 꽃으로 여겼다.
한명의 월견초(月見草), 월하향(月下香)과 영명의 evening primrose는 밤에 꽃이 피는 습성에서 따온 이름이다.

버려진 공터에서 일몰을 기다리며 노란빛의 꽃이 피는 달맞이꽃은 오직 적적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가진 풀로 인식되어 왔다.

꽃말은 기다림, 자유스런 마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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