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여론, “주민투표, 몰라요”
길거리 여론, “주민투표, 몰라요”
  • 박혜원 기자
  • 승인 2011.08.2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짜 싸구려 밥보다 돈 내고 제대로 된 밥' 의견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활이 걸려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 시장의 거취를 손에 쥐고 있는 서울시민들을 직접 만나 주민투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길거리에서부터 대학가, 시장통, 택시 등 서울 곳곳에서 만난 70%이상의 시민이 주민투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몰라요”, “관심없어요”라고 반응하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싸움으로 번진 주민투표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해보였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만난 시민 김 모 씨(42)는 “버스나 지하철 등에 붙어있는 홍보물을 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것을 알았다”며 “이번 투표는 서울시장과 민주당 시의회의 싸움일 뿐 진정한 주민투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오세훈 시장이 지난 21일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는 발표를 하며 시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세훈 시장의 시장자질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민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대학생 김대훈 씨(24)는 “뉴스에서 오세훈 시장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도대체 주민투표가 뭐길래 시장직까지 걸어야 하며 오 시장은 주민들의 투표로 당선된 시장직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민 강병희 씨(35)는 “용산 참사 때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때도 볼 수 없던 오 시장의 눈물을 아이들 밥그릇이 걸린 문제에서 보게됐다”며 “자신의 시장직이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해서는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영등포구의 교사라고 밝힌 지 모씨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에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그들을 따로 모으지는 않고 전체 교육시간에 함께 교육을 한다”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외나 차별로 상처받지 않게 하는 정신적인 복지까지 원하는 것이 소외계층의 현실”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전면 무상급식은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며 24일 주민투표에 참여해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두고 큰 고민에 빠져있었다. 또 오 시장과 투표거부운동본부 모두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정 모 씨는 “투표율을 생각하면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투표에 참여해 무상급식 찬성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며 “주민투표가 코앞이지만 투표장에 가야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명동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 모씨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다수의 힘으로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킨 시의회와 7개월간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며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알려온 시장 모두가 이 사태의 책임자”라며 “이제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에 찬성한다며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초구 주민 이 모씨는 “공교육이 부실화된 원인으로 의무교육, 즉 무상교육이 된 때문이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공짜 싸구려 밥보다 돈 들어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싶어하는 것이 자식 한둘인 부모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주민투표에 선거 유세활동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연 시민들은 ‘대선 불출마’선언에 이어 시장직까지 걸어놓은 오세훈 시장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투표장에 얼마나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