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섬세한 손길이 담겨있는 ‘나전칠기’
한국인의 섬세한 손길이 담겨있는 ‘나전칠기’
  • 김민자 기자
  • 승인 2011.09.27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색상점] 나전칠기 전문점 우석공예사

▲ 나전칠기 전문점 ‘우석공예사’ 김선호(64세) 씨. 30년이 넘게 나전칠기와 함께했다.
외국인 바이어나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한국적인 색채가 드러난 선물을 찾기 위해 먼저 인사동에서 한복을 입고 있는 인형이나, 자개 명함집, 탈 조각품 등을 사는 게 일반적인데 좀 더 색다른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곳은 어떨까.

종로구 광장시장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은행잎표 나전칠기(螺鈿漆器) 전문점 ‘우석나전칠기공예사’를 찾았다.

가지런히 진열된 나전칠기 제품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자개 특유의 빛깔과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우석공예사 오충남(61세) 사장은 “나전칠기는 우리나라 전통칠기로, 아직까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우리의 솜씨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제품들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비슷하게 복제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도 나전칠기는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다.

오 사장은 “선물가게 등에서 파는 자개 제품들은 중국의 민예품인 경우가 많다”라며, “이 나전칠기 제품들은 중국 조선족들도 많이 사간다”고 했다.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한국전통’ 고유기술
자개 켜기 제외하고 모든 공정이 수작업

나전칠기의 제작기간은 25일에서 45일이 걸린다. 백골(나무틀)에 밑일(초벌작업)을 하고 며칠(일주일 정도)후에 다시 자개를 붙이고, 이후에도 4번 정도 더 칠해서 만든다.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 낼 수 없어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나전을 풀이하면 소라 라(螺), 비녀 전(鈿)이고, 한국·중국·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개’라는 고유어를 써 왔다.  자개는 기계톱을 이용해서 써는데, 한번에 5장 이상 포개어서 켠다. 자개 켜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손으로 만들어 진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옻나무의 식재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관리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신라시대에는 칠기를 제작하는 칠전(漆典)이라는 관서를 따로 두었을 정도다.

나전칠기 업계에서 일한지 30년이 넘었다는 김선호(64세) 씨는 “나전칠기는 한국 고유의 전통공예품이기 때문에 동양권에서 한국이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만든다”라며 “일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본 한 사찰에서는 벽화를 나전칠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전칠기 문서함은 외국의 수상이 한국을 방문하면 선물용으로 사 가는데, 시중 55만 원 정도가 이곳에서는 38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나전칠기 제품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옛 것(구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오히려 외국으로 많이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신혼부부들이 가구를 구입할 때 나전칠기 제품보다 심플할 디자인의 가구를 선호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 공예품이 외국인들에게는 인정받고 있으나, 정작 우리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