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코치’가 그립다!
‘눈치코치’가 그립다!
  • 이승희
  • 승인 2011.09.27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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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술자리에서 상사가 ‘눈빛연구회’를 만들자고 했다.

남녀 사이든 상하 사이든 ‘모든 소통은 눈빛으로 가능하다’에 공감하는 동료들끼리 가끔씩 모여 술 마시자는 것이었다. ‘이티는 손가락, 사람은 눈빛이냐’며 한바탕 웃었다.

당시 ET라는 영화에서 외계인 이티와 지구 아이가 손가락 끝을 맞대 마음을 공유했던 것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손가락 인사가 유행이었다.

흔히들 말과 글로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오해나 갈등이 생기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일할 때는 명확하게 글이나 말로 지시하고 소통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말이나 글로만 소통하다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꽤 많다. 특히 상대가 같이 오래 일해 온 동료거나 친구인 경우 관계가 심하게 나빠지기까지 했다.

사소해서, 구차해서, 어려워서 굳이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은 것을 눈치껏 알아채지 못한 상대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최근 친구들을 만나면 요즘 젊은 동료들은 눈치가 없다며 많이 아쉬워한다. 일일이 말이나 글로 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고 분위기 파악에 둔하다 투덜댄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그럴만하다 싶다.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끼리도 나란히 앉아 각자 고개 숙이고 ‘카카오 톡’으로 이야기한다. 사무실에서는 옆 동료와 업무 얘기는 물론 농담까지도 ‘메신저’를 이용한다.

대부분 스마트폰과 온라인 통신에서 글로 소통할 뿐 눈빛을 나누거나 표정을 보지 않는다. 감정을 굳이 표현해야 하면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국어사전에 눈치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내는 것. 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태도’로 정의되어 있다.

눈치를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이야기하며 비합리적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 특히 시각적 요소의 중요성을 정리한 관련 법칙들은 반대로 설명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매러비언이 정리한 법칙에 의하면, 소통에서 시각적 요소는 55%, 청각적 요소는 38%의 영향력을 미치고, 언어는 단 7%라고 한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에서조차 언어적 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35%에 불과하고 65% 이상이 비언어적 수단으로 이루어진다고 어떤 학자는 주장한다.

감정, 분위기, 세세한 내용은 눈빛으로, 눈짓으로 소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눈도 침침하고 손끝도 빠르지 않아 글로만 표현하는 것은 내겐 무리다. 내려 뜨는 눈, 올려 뜨는 눈, 째리는 눈의 의미를 빨리 알아차리는 후배들의 눈치코치가 그저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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