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 번성과 부귀를 상징하는 석류
자손 번성과 부귀를 상징하는 석류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8.27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29]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성의 갱년기 골다공증, 생리불순, 요실금 등의 치료에 석류요법이 인기이다.
때문인지 백화점 과일코너에 석류가 탐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 이란에서 수입한 커다란 과일이다.

▲석류.   ⓒ송홍선

석류(石榴)는 페르시아가 원산지이다.
아열대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한반도에는 중국을 통해 전래된 것을 심어 기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장건이라는 사람이 안석국(安石國, 지금의 이란)에서 종자를 가져왔다고 하여 안석류(安石榴)라 불렀다.

이 이름에서 유래한 석류의 석(石)은 머리를 숙인 열매모양이 쓸모없는 덩어리를 뜻이며 유(榴)는 음운상 유(留)와 같은 뜻으로 약의 성질이 기혈을 잘 통하지 않고 더디게 하여 담(痰)을 생기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뜻이다.

조선 초기의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석류는 본래 안석국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이름을 안석류라 하고, 또는 해외 신라에서 들어온 것을 해류(海榴)라 한다고 기술했다.

또한 그는 꽃받침이 모두 짙은 붉은 빛이며, 꽃은 천엽(千葉)도 있고 황화(黃花)도 있고 홍화백록(紅花白錄)도 있고 백화홍록도 있다고 했다.

▲석류.  ⓒ송홍선

그리고 1900년대 초의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꽃의 빛깔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군방보에 대홍, 분홍, 백 등의 빛깔이 있다고 했으며, 춘하추동 꽃이 피는 사계류(四季榴), 불처럼 빨간 꽃이 피는 화석류(火石榴), 꽃잎이 우뚝 일어난 중대석류(重臺石榴)도 있지만, 한반도에는 천엽, 단엽의 종류가 있을 뿐이요, 그 빛깔도 홍 아니면 백이 있을 뿐이다.

도가에서는 석류를 삼시주(三尸酒)라 하는데, 이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사람의 몸속에 있는 삼시(三尸)는 사람이 하는 것을 잘 보고 있다가 경신(庚申)날 밤에 사람이 잠을 자면 몰래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께 그 비행을 일일이 일러 벌을 받게 하는 해로운 벌레이다.
그런데 석류를 먹으면 삼시라는 벌레가 그만 취해서 하늘로 올라갈 줄 모르고 잠을 자기 때문에 사람이 잘못을 해도 하느님이 알지 못하여 벌 받는 것을 면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석류를 종교적인 차원에서 즐겨 먹었으며, 삼시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반도에서는 석류를 심으면 자손이 번성하고 부귀가 늘 함께 하는 것으로 믿었다.

‘경도잡지’에는 부잣집 정원이나 사찰 등에 심었는데, 남만주에서 가져온 것이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기록이 있다. 민화나 옷의 무늬에 석류가 등장하며, 궁정상의용(宮廷裳衣用)의 화문에도 복(福)자 사이에 석류문안을 새겼다.

중국에서는 산출약이나 결혼식 축하에 썼으며, 송나라 때는 이 열매로 과거급제를 점쳤다. 대만에서는 석류를 혼인의 예물로 이용했다. 이집트에서는 신부가 던져서 나온 종자의 수를 자신의 출산 자녀로 생각했다. 그리스에서는 결혼 후 신랑신부가 길을 지날 때에 사람들이 곡물이나 석류를 던지는 풍습이 있는데, 신부는 자기 앞에 떨어진 석류 1개를 밟고 가는 것이 예의였다.

석류는 한반도와 중국에서 종자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을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풍요를 표상한다.

이집트의 고대 조각 또는 유대인 제사 때의 법의나 성전 벽에 석류가 등장하는 것은 종교적 의미가 깊다.
서양에서는 결혼이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데, 호머(Homer)의 율리시스(ulysses, 오디세이)에서 페니키아 왕들의 신비로운 정원이 묘사될 때에 석류가 등장한다.

꽃말은 바보, 아름다움, 부자, 자식 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