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잎 클로버와 꽃반지 추억의 토끼풀
4잎 클로버와 꽃반지 추억의 토끼풀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8.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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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28]

소년소녀들은 길가다가 토끼풀을 보면 본능적으로 멈춘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고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면서 눈가늠을 한다. 4개의 잎을 가진 토끼풀을 찾기 위함이다.

어렵게 4잎 토끼풀을 찾아낸 소년소녀들은 뽑아서 책갈피에 잘 끼워 말린 후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소중하게 간직한다. 또한 행운이나 우정 또는 사랑 따위를 의미한다고 하여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

왜 이렇듯 4잎 토끼풀을 찾는 것일까? 이는 행운을 뜻하는 4잎 토끼풀의 유래 이야기 때문일 게다.

▲ 토끼풀. ⓒ송홍선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발 주변의 4잎 토끼풀을 보았다. 그때까지 4잎이 달린 토끼풀을 본 적이 없었으므로 하도 신기하게 생각한 그는 싸움터라는 것도 잊고 그 4잎 토끼풀을 따려고 허리를 굽혔다.

나폴레옹은 그때 허리를 굽힌 머리위로 적의 총알이 지나가 위험했던 순간을 모면하게 됐다. 나폴레옹은 4잎 토끼풀 때문에 구원을 받아 훗날에 영광스런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데서 4잎 토끼풀이 행운을 상징하게 됐다.

그러나 서양인은 5잎의 토끼풀은 불행을 가져오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처럼 토끼풀은 누구에게나 4잎 토끼풀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다정다감한 느낌을 주는 정서 어린 풀이다. 이용도 다양하다.

꽃에 질 좋은 꿀이 많이 들어 있어서 훌륭한 밀원식물이 되는가 하면, 뿌리는 질소 고정으로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기 때문에 토양의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목초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토끼풀은 터키가 원산지이다. 13세기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18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전 세계로 퍼진 풀이다. 영국에서는 1707년에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밭에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1757년, 미국에서는 1764년에 처음 재배됐다.

토끼풀이 원래부터 한반도에 자라던 풀이 아니므로 언제 어떻게 우리 땅에 들어왔는지가 궁금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단지 철도 주변에 많이 퍼져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철도꽃’이라는 별명에서 그 도입시기가 철도가 처음 생긴 1890년대로 짐작하고만 있을 뿐이다.

토끼풀은 한반도 도입 후 강한 번식력으로 우리 풍토에 잘 적응해 귀화식물로서 지위를 확고하게 차지했다.

▲ 토끼풀. ⓒ송홍선

토끼풀은 처음에 영명의 클로버(clover)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토끼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데는 토끼가 잘 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3장씩 모여 달린 잎의 모양이 마치 토끼의 발자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4잎 클로버(토끼풀)가 4H의 상징으로 지덕노체(Head-知, Heart-德, Hand-勞, Health-體)를 새긴 표지석이 마을의 이정표 노릇을 했다.

아일랜드인은 성패트릭 날에 상징으로 토끼풀을 달고 다니며, 그가 토끼풀의 3잎으로 삼위일체론을 펴기도 했다. 3잎은 각각 사랑, 용기, 지혜를 상징하며, 4잎은 왼쪽의 첫째 잎으로부터 소망, 신앙, 사랑, 행운을 의미한다.

또한 한반도에서는 토끼풀로 꽃반지를 만들어 노는 놀이가 있는데, 대중가요의 ‘생각난다/ 이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라는 노랫말에도 꽃반지가 나온다.

그래서 토끼풀은 정겨운 꽃반지의 추억을 간직한 소녀들로부터 낭만과 무지개의 꿈으로, 미래의 희망초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도 토끼풀은 소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풀의 하나이다.

꽃말은 평화, 쾌활, 감화, 약속, 너와 함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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