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과 약용에다 꽈리불기 노리갯감-꽈리
식용과 약용에다 꽈리불기 노리갯감-꽈리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10.1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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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32]

꽈리는 꽃받침이 커지면서 붉은빛을 띠고 열매를 완전히 감싼 모양이 특이하다. 예로부터 식용 또는 약용으로 많이 썼다. 꽃받침 안쪽의 잘 익은 열매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곧잘 따서 먹었다.

또한 씨를 빼어버린 열매는 아이들의 입 노리갯감이었다. 특히 꽈리불기놀이는 식용이나 약용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였다. 꽈리불기는 익은 꽈리 열매의 씨를 빼고 이것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놀이이다.

완전히 익은 꽈리를 손으로 비벼 물렁물렁하면 꼭지부분에 조그맣게 구멍을 뚫어 씨를 빼낸다. 씨를 뺄 때는 꽈리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부는 방법은 씨를 뺀 꽈리를 먼저 손에 올려놓고 훅 불어서 바람을 넣은 다음에 구멍을 혓바닥에 닿게 하여 앞니 끝으로 살짝 눌러주어 공기가 빠져 나가면서 소리가 나도록 한다.

이때 혀끝을 안으로 구부려 넣어야 뽀드득 소리가 더 잘 난다. 한번 분 다음에는 꽈리의 공기구멍이 입천장 쪽으로 가도록 혀끝으로 굴린 뒤, 입을 오므린 채 공기를 들이마시면 다시 부풀어 오른다. 꽈리불기는 그 소리가 크면서도 길게 늘어지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이렇게 하려면 꽈리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이를 무겁게 천천히 눌러 주어야 한다.

소녀들은 꽈리를 입에 물고 다니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는 전설과 옛말 때문에 꽈리에 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은 꽈리에 관한 동요로서 ‘빨간 꽈리 입에 물고/ 뽀드득 뽀드득/ 동글동글 굴리다가/ 뽀드득 뽀드득/ 복사나무에 물을 주다/ 뽀드득 뽀드득 ……’과 같은 노래를 마음껏 불렀다.

오늘날에는 고무로 만든 제품이 생산되어 꽈리가 익는 가을철이 아니더라도 꽈리불기와 같은 놀이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옛날 뒷동산에 옹기종기 모여 놀 때의 꽈리불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한편 꽈리는 ‘명의별록’에 ‘곳곳에 많이 있다. 어린잎이 가지의 싹과 비슷하나 작다. 잎은 가히 먹을 수 있다. 열매는 씨가 있으며 모두 황적색이다. 아이들이 잘 먹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성은 평하고 한하며, 맛은 시며 독이 없다. 꽈리의 뿌리를 짓찧은 즙을 먹으면 황달을 다스린다. 뿌리는 미나리와 같고 빛깔이 흰빛이며 맛이 쓰다’라는 기록이 있다.

꽈리는 그대로 먹거나 꿀에 재어 정과를 만들어 먹었고, 어린잎은 데쳐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다음 요리에 썼다. 한방과 만간에서는 약재로 썼다. ‘당본초’에서는 ‘기관지천식, 기침, 풍열을 다스리고 눈을 밝게 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가우본초’에서는 ‘충을 죽이고, 낙태를 시키며, 벌레에 물린 독을 없애는데, 삶아서 즙을 마시거나 짓찧어 즙을 마신다’라고 하였다. 민간에서는 꽈리가 이뇨작용을 하고, 통풍약 또는 낙태제로서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겼다.

꽈리 열매는 일상적으로 말려서 방이나 대문 어귀에 걸어 놓지만, 불교적으로는 우란분(盂蘭盆, 망령을 위하여 음력 칠월 보름 앞뒤의 사흘간 여러 음식을 만들어 조상이나 부처에게 공양함)의 불단에 장식하고 있다.

때문인지 꽈리는 귀신과 관계가 깊은 풀로 여겨지고 있으며, 정령마중을 상징한다. 일본에서는 꽈리를 집안에 심으면 환자나 죽은 자가 나타난다고 하여 집안에 심지 않으며, 밤에 꽈리를 불면 뱀이 나타나는 것으로 믿어 꺼렸다.

북미에서는 ‘땅 체리’, ‘껍질 토마토’, ‘종이봉지의 체리’ 등으로 부른다. 꽃말은 자연미, 약함, 수줍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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