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홀로 삭히는 주인공, 실제 내 모습과 닮아”
“슬픔 홀로 삭히는 주인공, 실제 내 모습과 닮아”
  • 티브이데일리 기자
  • 승인 2011.10.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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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혜교-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 송혜교(29)는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너무 흔해서 그의 실물를 표현하기에 그릇이 작게 느껴질 정도다. 한국 여배우 중에서 송혜교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이도 없을 것이다. 가히 최고다.

하지만 잠깐, 송혜교의 얼굴에 감탄하는 것은 혹시 실례가 아닐까. 24일 오후 삼청동 어느 까페에서 만난 송혜교에게 “너무 예쁘다”는 말을 내 뱉은 순간 아차 싶었다. 왜냐면 최근 송혜교는 그 어느 때 보다 배우라는 아우라가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약혼자를 죽인 10대 소년을 용서했다가 그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혼란을 느끼는 영화 ‘오늘’의 주인공 다혜를 깊이있게 표현해냈다. 모든 것을 인내하고 참는 주인공이 용서의 위선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능숙히 표현했다.
 
“연기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해주시지만 사실 제가 칭찬에 약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소감까지 말하기는 좀 부끄럽네요. 사실 영화가 흥행이 잘 되야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소년을 쉽게 용서한 다혜는 얼핏 관객들에게 답답하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인내로 견디는 다혜의 모습은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 만큼 송혜교도 힘들었을 터.
 
“나 때문에 타인이 불편해지는 건 싫어요”
 
“다혜와 저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전 어릴 적 부터 모든 걸 속으로 삭혀왔어요. 힘들어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 때문에 불편해지는 건 너무 싫거든요. 속에 담아두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전 워낙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와서 괜찮아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누군가에게 위로받아야 해소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이에 송혜교는 꽤 성숙한 답변을 들려줬다. “타인을 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쓰고 싶지 않아요. 인간관계는 어려운 것이잖아요. 상대가 변하길 바라는 건 부질없어서, 조용히 단념해요”
 
"제가 갑자기 사람들한테 '나 힘들어'하면 아주 놀랄 거에요. '내색 안하던 애가 왜 이러지' 할껄요? 하지만 일적으로 꼬인 것은 빨리 풀려고 노력해요. 그런 건 빨리빨리 의사소통이 되야하니까요"
 
영화 ‘오늘’은 시간이 흐를수록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영화다. 자신의 용서가 누군가를 죽게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다혜의 세계가 산산히 부서지면서 오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다혜를 지탱해 준 종교와 법에 대한 믿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만큼 감정이 소요되는 신이 많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신이 무려 두 차례나 등장하기 때문.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을까. “자살신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연기 중 일부인데 당연한 것이고 배우가 거북하게 느끼면 안되는 것이잖아요”
 
종교와 법에 대한 영화의 날카로운 시선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음.. 그건 감독님이 고민하셔야할 것 같아요. 하하. 그냥 배경 중 하나일 뿐이에요. 질문과 메시지 자체가 중요하지 거기에 너무 빠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항상 똑같은 이미지만 보여달라는 요구 싫어요”
 
송혜교는 시나리오가 탈고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9년의 세월이 걸린 영화 ‘오늘’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정향 감독이 시나리오를 마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 만큼 배우로서의 욕심이 컸다.
 
“오랜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것이지만 시나리오 제의는 많았어요. 하지만 대부분이 기존의 제 이미지를 재탕하려는 느낌이었어요. 저에게 새로운 모습을 뽑아주셨으면 좋겠는데 같은 것만 바라니 불편했어요. 하지만 ‘오늘’은 제 다른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송혜교는 충무로에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아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사실 좋은 여배우들이 정말 많잖아요. 새로운 모습에 목말라하는 배우들도 많고요. 같은 것만 소비하려하지 말고 좀 새롭게 접근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정향 감독은 송혜교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누구나 모셔가고 싶어하는 A급 톱스타에게 벌어진 일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송혜교는 특별히 자존심이 상하거나 언짢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감독, 작가, 배우를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에요. 운명같은 것도 있는 것이죠. 감독님이 제 기존 이미지를 생각하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곧 절 보시고는 다혜의 모습이 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연기 평가 소홀? 서운하지 않아요. 제 탓이죠 뭐”
 

송혜교는 영화 ‘오늘’이 너무 무겁고 어려운 영화로 소개되는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용서와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영화가 관념적이라는 오해가 생길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는 걸 아실거에요. 쉽게 용서를 권하는 것이 때로는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는거죠. 살면서 어떤 응어리는 생기기 마련이고, 용서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강요하지는 말아아죠”
 
배우보다 스타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송혜교의 입에서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들이 쏟아졌다. 새로웠다. 그동안 우리는 배우로서 송혜교에 대한 평가에 소홀했던 것이 아닐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송혜교는 늘 도전을 해왔다.
 
할리우드 독립영화인 ‘페티쉬’부터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까지 송혜교는 ‘가을동화’나 ‘풀하우스’를 통해 얻은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도전과 실험을 감행했다. '오늘'에서 보여진 송혜교의 놀라운 성장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서운하지는 않아요. 그걸 어필하지 못한 제 잘못이 아닐까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겠죠.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고 해요. 하루 아침에 완벽한 배우가 됐다고 평가받고 싶지도 않구요. 천천히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싶어요”
 
송혜교는 배우의 타이틀을 얻기도 힘들지만 스타의 타이틀 역시 얻기 매우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재의 위치에 감사함을 느낀다. "배우와 스타의 이미지를 모두 거머쥐면 좋겠지만 지금의 자리에도 만족해요"
 
대중은 연기력과 스타성의 이미지를 모두 소유한 심은하에 대한 환상이 크다. 송혜교에게 '제2의'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포스트 심은하의 자리를 꿰찰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외모와 스타성, 연기를 모두 거머쥔 여배우 말이다.
 
“포스트 심은하요? 그거 사실 다 언론이 만든거에요(하하). 대중이 절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심은하 선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기분은 좋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든 박자가 갖춰진 배우라면 행복할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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