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가들 믿어도 될까?
경영대가들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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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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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vs 《위험한 경영학》
[출판저널=김성민 기자]

지난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을 앞두고 선발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1차전과 조금 다른 변화가 있었다. 오른쪽 수비수로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예고된 것이다.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축구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기사가 언론에 실렸다. 아르헨티나는 개인기가 좋은 팀이기 때문에 대인마크 능력이 더 뛰어난 오범석이 적격이라는 것이었다. 그 설명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진행되고 4:1로 대패하자 갑자기 여론이 확 바뀌기 시작했다. 1차전에서 대활약한 차두리를 뺀게 실수다, 오범석과 다른 수비들과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오범석의 부친이 축구협회 고위간부라 그랬다라는 음모설까지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축구전문가들이 차두리를 투입하지 않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실패를 준엄하게 꾸짖는 칼럼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런 걸 사후판단편향이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입 다물고 있다가 결과가 나오니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며 원래부터 그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심리현상이다.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합리화를 잘 보여주는 책이 이번에 나온짐 콜린스의《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가 아닐까 싶다. 짐 콜린스는 톰 피터스에 버금가는 세계적 경영 대가로 손꼽힌다. 그의 대표작《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읽지 않은 국내 경영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그 책에서 놀라운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위대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요소들을 정리했는데, 10년 정도 지난 지금 민망하게도 그 위대한 회사들 중 상당수가 쫄딱 망하거나 쓰러져가고 있다. 당연히 짐 콜린스도 상당히 스타일이 구겨졌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재미있게도 그는 정면 돌파를 선언해서《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신작을 낸 것이다.

책의 주장은 간단하다. 전작에서 정리했던 위대한 기업들의 조건들을 상당부분 잃었기 때문에(성공에 취해서 등의 이유로) 다시 말해 초심을 잃었기에 흔들린 것일 뿐, 자신이 밝혀낸 진리(?)는 변함없다고 한다. 문제는 그 진리라는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전통의 좋은 점을 잘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언뜻 들으면 맞는 얘기 같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뭔가 바꾸려 할 때면 이게 올바른 변화인지 아니면 전통을 훼손하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그에 대한 대답을 자신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들 선문답 같은 소리만 하다 결과가 나오면 “섣부른 변화시도가 모든 걸 망쳤다”또는 “과감한 개혁이 새로운 도약을 불러왔다”라는 식으로 사후판단 및 합리화를 할 뿐이다. 이런 일이 경영학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번 짐 콜린스의 책도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창하게 몰락의 5단계라며 여러 사례들을 그럴 듯하게 정리했지만, 별다른 통찰력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짐 콜린스에 비해 훨씬 이름 없는 저자가 쓴《위험한 경영학》이 눈길을 끈다. 일개 경영 컨설턴트 출신의 저자가 감히(?) 경영학의 역사를 장식해온 프레드릭 테일러(과학적 관리론을 발표한 경영학의 시초), 엘튼 메이요(인간중심경영과 조직행위론을 탄생시킨 선구자), 피터 드러커(경영을 학문으로 정립시킨 경영학자들의 스승), 마이클 포터(경영전략의 창시자)에 톰 피터스(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경영대가)와 짐 콜린스까지 사기꾼 취급하며 통렬히 공격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프레드릭 테일러가 주창한 과학적 관리가 완전히 사기였고 거짓말과 조작으로 이룩된 신화라는 이야기, 메이요의 호손공장 실험(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줬더니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실험)도 알려진 것과 달리 작업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약속해서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라는 고발은 꽤나 충격적이다. <뉴욕타임즈>에서 조사해봤더니 기업인들 중에 경영대가들의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거나, 피터 드러커나 톰 피터스의 연구를 인용하고 계승하는 시도가 경영대학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지적은 애교스러운 정도다.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경영의 대가라는 사람들이 해온 이야
기가 뻔할 뻔 자이고, 초등학교만 제대로 나와도 할 수 있을 법한 상식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 그들 역시 미래를 예측할 능력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현인처럼 행세하고 그런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우습다는 지적이다. 크게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중간 중간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는데, 아무튼 그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경영학》이 아쉬운 점은 쓸데없이 두꺼워서 집중력을 저하시키고(저자 개인의 컨설팅 회사 시절 이야기가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별로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지루하다. 출판사도 이 내용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별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경영 대가들을 비판할 때 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원래 권위에 대한 비판은 항상 흥미롭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다 명확하게 빼도 박도 못하는 다양한 근거자료들을 제시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저자가 비판하는 경영대가들 보다 자료준비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저자 개인의 이야기부분을 싹 빼고 경영 대가들에 대한 비판부분만 근거를 강화하여 책을 냈다면 훨씬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출판저널 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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