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기증은 나눔의 첫 단추를 꿰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죠”
“재활용품 기증은 나눔의 첫 단추를 꿰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1.0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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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름다운가게 서울본부 양유라 본부장
▲ 양유라 아름다운가게 서울본부 본부장은 현직에서 물러날 때쯤 다시 가게 메니저로 돌아가 마지막 업무를 하고 싶다고 한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단체가 있다.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가 그곳이다. 자화자찬처럼 들리는 ‘아름답다’ 는 수사(修辭)는 그러나 내용을 하나씩 뜯어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세상의 모든 가게가 원하는 영리를 저만큼 밀쳐놓은 ‘이상한 가게’ 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쓰다 버릴만한 옷가지며 가방 등 소품이나 책, 음반 등을 기증받아 수선한 뒤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순환구조를 말한다.

바로 ‘나눔과 순환’ 의 끊임없는 연쇄고리를 스스로 만들고 계속 분화, 발전해나가는 자생적인 구조다. 전국 110개, 서울에만 37개에 달하는 아름 다운가게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편이다. 이 가운데 매달 급여를 받는 직원은 단 한 사람,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가게마다 자원봉사를 나오는 사람들도 각각 달라 어떤 가게는 20여 명, 어떤 가게는 90여 명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5000여 명, 서울만 1200~1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다.

아예 급여를 받는 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들만 나와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급여를 받는 직원은 이곳에서 매니저라고 부른다. 가게 전체 운영을 총괄하고 온갖 잡무까지 도맡는 직원이다.

양유라 아름다운가게 서울본부 본부장은 8년 전 아름다운가게 안국동점 매니저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그 전까지 공부하는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에서 8년을 생활했다. 다른 NGO 상근활동가로 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보기좋게 무너뜨리는 생계형 활동가였다.

“아름다운가게 본점 격인 안국동점에서 처음 매니저로 일하다 서울 신대방점, 양재점 등에서 근무했고 2개 지역별 권역을 돌았습니다. 남편은 공부를 계속했기 때문에 살림은 제가 맡을 수밖에 없었지요.”

가게 매니저에서 서울본부 본부장으로 자리가 바뀌었으니 처우도 좋아졌을 법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하는 일에 따라 직책만 다를 뿐 직위의 의미는 별로 크지 않은 수평적 조직입니다. 사무처장부터 평간사까지 별 차이가 없고 일의 성격만 다를 뿐이죠.”

그렇다고 직책별로 일의 양이 달라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공동체와 비슷한 조직인 셈이다. 양 본부장은 나중에 일을 그만둘 때 쯤 다시 가게 매니저로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지막 일은 현장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가게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현장 매니저가 아름다운가게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하니까요.”

아름다운가게의 매니저는 가게 관리뿐만 아니라 ‘나눔운동’ 을 지역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성장 동력‘ 자발적 기증’
기증-되살림-판매-나눔의 순환구조 실천
관리자, 종업원 나눔 없는 수평조직의 힘

해당 지역의 시민과 단체들과의 연대도 쌓아야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배분 대상을 정하는 일도 매니저의 몫이다. 양 본부장은 이런 매니저로 돌아가 아름다운가게에서의 업무를 마치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으로 치면 영업사원이 이사급 관리자가 된 뒤 정년을 앞두고 다시 현장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말과 같다. 이런 사이클은 아름다운가게의 이념이랄 수 있는 ‘나눔과 순환’ 을 닮았다. 관리자와 종사자라는 수직 구조의 틀을 벗어던진 조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양 본부장은 아름다운가게가 철저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수거, 되살림, 매장배송, 판매 등 각 단계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순환 지원팀이나 되살림팀 등 각 분야 담당 조직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덕에 아름다운가게는 지난해 전국 매장의 매출 180억 원과 공정거래무역을 통한 매출 30억 원 등 총 2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서 나온 40여 억 원의 수익금은 모두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사업에 쓰였다.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에 따른 상품의 재구성과 판매를 통해 이룬 실적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재활용 사업을 통한 환경개선효과다.

“얼마 전 충남대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얻어지는 환경개선효과를 경제가치로 환산할 경우 연간 200여 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효과는 아름다운가게의 매출과 다른 또 하나의 사회적 자산이 되겠지요.”

양 본부장은 아름다운가게의 활동 자체가 ‘순환’ 을 의미한다고 한다. 수동적인 순환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선순환 구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보궐선거 과정에서 아름다운 가게의 사업을 폄훼하는 공작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 때문에 지역의 영세상인 들이 설 곳을 잃게 됐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양 본부장은 지난 8년 동안 지역 재 활용업자들이 아름다운가게를 비난하거나 반발하는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가게가 재활용의 가치를 전파하면서 오히려 재활용업자들의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독립문 인근에 아름다운가게가 문을 열자 다른 재활용매장이 2~3곳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양 본부장은 서울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재활용품 기증을 부탁한다.

“기증문화 활성화가 아름다운 가게의 가장 큰 과제인 셈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헌 옷 등의 기증을 생각하다가 절차를 잘 몰라 포기하고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전 보다 기증이 활성화됐다고는 해도 아직 전체 인구의 1% 정도만 참여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물건을 직접 수거하거나 시민들이 택배로 기증하는 방법, 인근 매장에 방문하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가게 실무자들은 아직 아름다운 순환의 첫 단추를 꿰는 기증에 목말라하고 있다.

※ 아름다운가게 기증 및 자원활동 문의: 157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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