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아래 리움미술관의 보석들
남산아래 리움미술관의 보석들
  • 정민희 논설위원
  • 승인 2011.11.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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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⑨
▲ 김홍도 군선도(1776년·국보 139호).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을 거닐던 나름 트렌드를 읽는 패셔니스타들이 어디로 옮겨갔을까?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600여 미터의 거리를 ‘꼼데가르송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9년 일본 ‘레이 가와쿠보’ 디자이너가 만든 아방가르드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곳에 오픈하면서부터다.

호젓하면서도 일탈된 기분을 잠시나마 느끼게 하는 이국적인 이태원 쇼핑가와 다국적 음식으로 가득한 카페 길로 이어진다.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던 곳이다.

큰길에서 멀지않은 남산방향에는 주옥과 같은 우리의 고미술부터 근대미술, 그리고 해외미술의 명품들이 압축적으로 모여 있어 몇 시간동안 시각적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삼성미술관 Leeum이 있다.

설립자 가족의 성(Lee)과 미술관(Museum)을 의미하는 어미(-um)를 조합하여 만든 명칭이다.
삼성전자 창업자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의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현재 홍라희 관장의 현대미술과 대한 관심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이다.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다리품을 많이 팔지 않더라도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눈부신 미술관부터 국제적으로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서울도심에서 한껏 감상할 수 있다.

3개의 미술관 마당에는 작년 90세의 나이로 작고한 미국 여류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청동 거미 ‘마망'(Maman) 조각이 맞아준다.

▲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청동 거미 ‘마망'(Maman).
그리고 세계적 건축가 3인으로 꼽히는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장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재질의 특성을 살려 내부 전시물과 조화를 이뤄낸 미술관 건축만 보더라도 충분한 호사로움을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최근 리움미술관 개관 7주년을 맞아 고미술로는 5년만에 기획, 조선시대 화원화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왕실 회화부터 일반 회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해 ‘화성능행도’(보물1430호), 김홍도의 ‘군선도’(국보139호), 장승업의 ‘영모도 대련’ 등 국내외에 산재된 화원 화가의 대표작 110여 점이 출품됐다.

국가에 소속된 직업 화가였던 ‘화원’ 집단의 정체성과 예술적 성취에 빠져볼 기회다.

그들의 예술혼과 업적을 상기하며 조선의 생활모습을 수준 높은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보석 같이 선별된 상설전시 작품을 찾아보는 시각적 즐거움을 누려봄이 어떨지 싶다.

■ <조선화원대전(朝鮮畵員大展)> 2012년 1월 29일까지. 리움미술관.(02)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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