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을 한·미 FTA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을 한·미 FTA
  • 이종훈 객원논술위원
  • 승인 2011.11.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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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칼럼] 명지대 법대 교수·변호사

정부·여당과 야당이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놓고 양보 없는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야당은 특히 한·미 FTA 협정에서 ISD 조항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도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ISD조항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결론적으로 ISD조항은 폐기되어야 한다. ISD제도란 투자자 국가 분쟁해결절차를 말하는데, 일방국의 투자자가 FTA위반을 이유로 상대방 국가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는 제도다.

이번 FTA는 한·미 양국간에 체결되는 국가 간의 계약인데, 계약체결 당사자도 아닌 투자자에게 그것도 강제적인 중재를 통해 상대방국가에 대한 제소를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한·미 FTA 위반 문제가 대두된다면, 체결정신에 따라 국가 간에 분쟁을 해결하면 될 것이며, 투자자가 상대방국가를 상대로 직접 제소할 수 있는 ISD야 말로 폐기되어야 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그래도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현 ISD제도는 세계은행산하의 미국수도인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ICSID의 사무총장에게 중재재판장의 임명권을 최종적으로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다.

로비의 천국인 미국에서 미국투자자들이 중재재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무총장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자를 중재재판장으로 선임토록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며, 결국 우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한·미 FTA를 다시 협상해야 할 이유는 많다.

첫째, 한·미 FTA는 국민을 외환투기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미흡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전세계는 3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오던 신자유주의경제원칙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경제원칙은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며, 국가는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미국에서조차도 시장만능주의 사상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절감하게 되었고, 파괴된 금융시장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 사조를 대표하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로운 국가 간의 거래를 인정하면 당연히 양 국가의 최대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 세계의 금융자본을 대표하는 미국의 기업들은 막강한 금융자본에 있어서의 비교우위를 앞세워,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보호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투기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하는데 있어 한·미 FTA는 매우 미흡하다. 정부는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 경제상황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착각이다. 그 당시에 인식하지 못한 자본유출입규제조치에 대한 강화의 필요성이 현 시점에서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미 FTA상의 자본유출입규제조치는재협상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둘째, 한·미 FTA는 중산층의 보호에 미흡하다. 우리의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유통법과 상생법의 적용이 한·미 FTA 상에서는 어렵게 됨으로써,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만일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위 법률들의 집행을 우선한다면, 이로 인해 손해를 입은 미국투자자들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정부는 꼼짝없이 조약위반을 이유로 배상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국가부채가 1100조가 넘는 상황에서, 정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하려는 것인가? 정부는 재협상을 통해, 한·미 FTA상에 우리나라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조치를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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