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닌 열정으로 책을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눈이 아닌 열정으로 책을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 양재호 인턴기자
  • 승인 2011.11.18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각 장애인의 독서 활동을 돕고 있는 김설희 씨
▲ 김설희 씨.

매주 시각 장애인들 독서 생활을 돕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각 장애인 도서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설희(21·대학생) 씨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책을 못 읽는다고요? 전혀 아니예요. 오히려 손과 귀를 통해서 더 열정적으로 책을 읽어요. 책을 눈으로만 본다는 것은 우리들의 편견 일뿐이예요”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어떤 활동을 하는가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곳은 시각 장애인 도서관입니다. 저는 여기서 도서관 사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책의 텍스트 파일을 컴퓨터 워드파일로 바꾸는 일을 하는데요. 그래야만 점자책을 출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 내용을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음성녹음 작업 등을 돕고 있습니다.”

― 시각장애인 봉사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시각장애인 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시각 장애인은 도와달라고 돈을 요구하는 ‘그런’ 이미지죠.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 초에 어떤 시각 장애인분을 볼 기회가 있었죠. 그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글을 쓰시고 책을 읽고 계셨어요. 사실 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앞을 볼 수 없음에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자꾸 머리에 맴돌았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시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서 작은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시각 장애인 도서관 일이었습니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하면.

“도서관 일을 하면서 편한 일이 생겼어요. 주로 시각 장애인분들을 상대로 하다보니까 점점 외모나 화장에 대해 무감각해집니다. 그러나 보니 나중에는 민낯으로 다닐 때도 있고요. (웃음) 또 저와 같이 일하시는 분 중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시는데요. 자꾸 그 안내견이 저를 보고 짖어요.

그래서 주변 분들한테 괜히 눈치가 보여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마치 게으름 피거나 딴청 부리고 있는 모습을 강아지한테 들킨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답답해요. 얼른 그 강아지와 친해져야 될 것 같아요.”(웃음)

― 활동하면서 무엇을 느끼시는지.

“그동안 제가 누군가를 도왔다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고요. 보통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잘 안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앞을 볼 수 없는 분들이 더 열정적으로 책을 보세요. 비록 앞은 볼 수 없지만 손끝과 귀를 통해서 책을 읽으려는 그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멀쩡히 두 눈이 있어도 책을 읽지 않는 제 자신이 항상 부끄러워집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것에 대한 익숙함 때문에 스스로가 나태해지는 것은 아닌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께 더 많이 배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