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 김종영미술관
단순함의 미학 김종영미술관
  • 정민희
  • 승인 2011.11.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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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4]
▲ 김영종 미술관 설경.

북악산과 북한산이 맞닿는 평창동 급경사진 언덕길. 대지의 특성과 공간미를 고려해 흐름을 살린 차분함이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추상작품이 엄숙함마저 보여주는 곳.
바로 한국 근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종영미술관이다.

김종영 선생은 초대 서울대 조소과 교수로 30여년 교육자로서 평생 선비다운 삶을 지내셨다. 천성적 고독과 침묵속의 생활 자세는 그의 단순한 추상의 조형세계에 압축적으로 반영이 되어있다.

▲ 작품80-1, 나무에 채색, 53×31×9cm, 1980.
단순한 형태에 풍부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추상조각. 정화된 형태와 대화를 나누자면 3000여점의 드로잉을 먼저 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단순한 선과 면을 통해 기하학적인 형태와 때로는 꽃, 나뭇가지, 새순, 능선 등 자연풍경의 유기적인 형태로 감상자에게 생명력과 우주 속에서의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2002년 김종영선생 타계 20주기를 맞아 물체의 모사가 아닌 그 자체의 고유한 감각과 생명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불각재’ (不刻齋)라는 조각전문미술관 오픈 이후 선생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지속적인 작가발굴을 위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

지난 겨울에는 제11회 김종영조각상에 선정된 설치미술작가 김서경 시상식과 함께 스승님의 기일에 많은 제자들이 참석해 신관 ‘사미루’(四美樓)의 문을 열었다.

단순함에 기인한 선생의 추상작품과 어우러진,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흐름을 가진 건축양식은 맑고 향기로운 작가의 삶에서 나온 무한한 예술세계를 그대로 담은 숨쉬는 듯한 그릇으로 탄생한, 율동감을 주는 미술관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통유리로 된 확 트인 다목적 공간 카페에서 북악산 바라보며 첫눈을 기다리며 부드럽고 단순하지만 긴장되고 풍부한 메시지를 주는 추상조각을 감상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큰 설레임이 아닐 수 없다.

◆ 유희삼매<遊戱三昧> ~11월 30일까지.  김종영미술관 02) 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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