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서울] 서울역 그 식당…함민복
[詩로 읽는 서울] 서울역 그 식당…함민복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1.11.19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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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의 ‘PoemEssay’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참 애틋하고 아름다운 연애시입니다. 서울역 어느 식당이었을까요. 어쩌면 저도 저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그리움에 끌려 사랑하는 그대가 일하고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는 군요.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던 사랑하는 그대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지요. 아, 얼마나 지독하게 사랑하면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거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라는 말 속에는 참 많은 말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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