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의 집착과 변호사
불륜남의 집착과 변호사
  • 김화철 변호사
  • 승인 2011.11.2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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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철 변호사의 알기 쉬운 생활법률]
▲ 김화철 변호사.

이씨는 2000년 나이트에서 우연히 22살의 박양과 부킹하게 되었다. 당시 그는 40살의 유부남이었지만 그녀에게 끌렸고, 신기하게도 20대 초반의 박양도 이씨에게 호감을 느껴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난 뒤 박양은 아기를 가졌지만 유부남이던 이씨는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 낙태를 권유했고, 결국 둘은 산부인과에서 애기를 지웠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이씨의 부인이 알고 추궁하자 모든 사실이 드러났다. 그 뒤에도 이씨와 박양은 6년 정도 더 만났는데, 박양은 2006년 3월 이후 이씨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박양에게 연락이 닿질 않자 매우 화가 나, 박양의 핸드폰 전화번호에 욕설이 담긴 수십 통의 음성메시지와 문자메시지,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냈고 박양의 차를 못으로 긁기도 하였다.

이에 박양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갔으나 이씨는 이사간 곳을 찾아내 실제로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아파트 우편함에서 박양 명의의 신용카드 고지서를 찾아내어 뜯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 과정에서 박양의 어머니와 이웃 주민에게 발각돼 출동한 경찰에 체포,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사실 그는 다른 범죄도 있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만난 이씨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나가게 해달라고만 했다. 얼마 후 그의 부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공장에서 일하느라 살이 빠져 광대뼈가 드러난 얼굴이었다.

“변호사님, 그 사람은 애들에게 좋은 아빠에요. 저한테도 자상했고요. 착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고, 이씨의 부인은 바싹 마른 얼굴로 힘없게 웃으며 감사하다는 얘기만 했다. 변호사로서 해준 일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고, 이씨보다 그의 가족이 더 안타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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