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쾌광고 보지 않을 권리
인터넷 불쾌광고 보지 않을 권리
  • 유일영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
  • 승인 2011.12.02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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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영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

인터넷을 열며 아침을 열고 인터넷을 닫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이 된 것은 2011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을 열었을 때 내가 보기 싫은 정보들이 쏟아지는 것을 누리꾼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터넷이란 원래 이런 거 아냐? 하며 무심히 지나가기엔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터넷 뉴스 사이트 기사 옆에 붙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봐야만 되는 불쾌한 광고들, 우리에게는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시작은 3월 8일 여성의날 여성대회를 준비하면서였다. 2011년 여성의 현실을 알리는 글을 한 인터넷 신문에 쓰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이라는 여성의날 기사 옆에 흐르는 ‘여자들이 원하는 남성 외모 1순위’ ‘이혼녀를 대하는 묘한 남성심리’ 등의 광고가 자꾸 거슬리면서 “아 이건 아니다, 문제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해보면 늘 우리 주변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감각해져 버린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문제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지속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불쾌광고’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안은 없을지 함께 모여 논의를 하고 싶어졌다. 정보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워크숍을 하고 인터넷 광고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선정성과 유해성’의 기준으로 모니터와 코딩분석을 하고 거리 시민들을 만났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라운드테이블도 열었다. 어찌보면 결과는 뻔(?)했다. 다들 이런 불쾌광고 현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니터 결과 뉴스 한 페이지에 불쾌광고가 6개 이상인 페이지가 거의 절반이 넘었고 어떤 유형의 광고가 많이 실리나 344개 광고를 분석한 결과 압도적으로 병원 광고가 많았다.

거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의 80% 이상이 이런 광고에 대해 민망, 짜증, 불쾌 등의 부정적 의견을 표하며 기사 옆에 이런 광고가 붙는 것에 대해서 “광고로 인해 기사 보기가 짜증나고 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또 이런 인터넷 광고는 언론사와 광고주의 책임이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성연합에서는 인터넷 불쾌광고 대안마련활동을 더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인터넷 콘텐츠 생산·소비자인 누리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공동액션을 구상하고 이슈별 광고유형 모니터도 하고 이런 광고를 의뢰·제작·유통·노출·심의·소비하는 당사자들을 만나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싶다.

꼭 이런 이미지와 카피의 광고여서 클릭률이 높은 것인지 대안광고 실험도 해보고 싶고….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과연 기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모여 분명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

당사자의 자정노력과 함께 만들어가는 자율규제를 기대하며 일단 나는 이런 광고를 ‘인터넷 불쾌광고’ 라고 명하고 있지만 민망광고, 짜증광고, 선정광고 등 이런 광고를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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