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닦을 수세미로 이용한 수세미외
그릇 닦을 수세미로 이용한 수세미외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9.10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33]

수세미외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오이와 거의 비슷하고 잘 발달된 덩굴손이 있어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수세미외.   ⓒ송홍선

잎은 질이 거칠고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다. 꽃은 8~9월에 노란빛으로 피며, 암꽃과 수꽃이 한그루에 따로 달린다.

열매는 오이모양이며 길이 60cm 정도까지 길게 자라며 어릴 때에 녹색이지만 익으면 노랗게 되고 겉에 세로로 얕은 골이 진다. 열매살(과육)은 세로 방향의 섬유와 함께 두껍고 조밀한 그물무늬 사이에 발달한다. 내부에는 검은빛의 종자가 들어 있다.

수세미외는 원산지의 열대 아시아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와 재배됐다. 조선시대의 ‘산림경제’에도 수세미외의 덩굴류 재배방법 및 식용, 약용, 세척용도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에도 널리 이용됐고 많이 재배됐음을 알 수 있다.

수세미외는 우리 아낙네들의 부엌살림에서 아주 요긴하게 이용됐다. 수세미는 설거지할 때 그릇을 씻는 물건이다. 지금은 농촌에서조차 공장에서 만든 수세미를 사용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촌가의 울타리 주변이나 텃밭 구석구석에는 수세미외가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아낙네들은 이것을 수세미로 만들어 사용했다.

수세미외의 어린 열매는 맛이 달고 향기가 있으며 부드러워 식용했으나 성숙한 열매는 식용하지 않았다. 잘 익은 열매는 물에 담그면 열매껍질과 열매살이 부패하는데, 이것을 깨끗이 씻어 건조시키면 그물모양으로 된 섬유만 남게 된다.

이것이 훌륭한 자연 수세미이다. 수세미외는 그렇게 그릇을 닦는 수세미를 만드는 오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붙었다.

또한 수세미외의 성숙한 섬유는 주로 철도차량의 차축급유의 버트, 선박기관 및 갑판의 세척용 슬리퍼, 바구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종자는 40% 정도의 기름을 함유하므로 기름을 짜고, 그 후 남은 깻묵은 비료 또는 사료로 이용했다. 그리고 줄기를 지상 30cm 정도에서 잘라 추출한 즙액은 한 그루에서 하룻밤에 최고 1ℓ까지 받을 수 있다. 그 즙액은 약용하거나 글리세린, 메틸알코올, 붕산 등을 적당히 섞어 화장수로 이용했는데, 그 즙으로 피부를 씻으면 피부가 무척 부드러워지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아녀자들이 창포 줄기와 함께 수세미외 줄기의 즙액을 즐겨 이용했다.

수세미외는 성질이 온순하고 평온하며 독이 없으므로 민간에서 약으로 썼다.

덜 익은 수세미외는 가래나 기관지천식 등에 민간요법으로 썼다. 한방에서는 껍질을 벗긴 열매를 사과락(絲瓜絡)이라 하여 약으로 이용했는데, 따뜻한 술이나 물에 그 가루를 넣어 마시면 요통에 좋다. 종자는 이뇨제로 좋으며 뿌리는 요통이나 편두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가루는 진해 거담제로 쓰고, 생리불순이나 복통 등에 사용됐다.

또한 수세미외를 썰어 소금에 바른 후 불에 태운 가루는 이빨 아픈데 이용하기도 했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전해왔기 때문에 어른들은 수세미외가 아픈 이빨에 좋다고 아이들에게 전했다. 아이들이야 그것을 태운 잿가루를 바르므로 싫어했던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어른들은 억지로 그것을 발라주었다.

최근에는 포도, 박, 등나무 등과 같이 큰 잎이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정원에도 즐겨 심고 있다. 공원 등에서도 하우스 철재에다가 수세미외 덩굴을 벋게 하여 터널을 만든 곳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번식은 종자로 하는데, 봄에 호박을 심는 것과 같이 심는다.

꽃말은 유유자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