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1.12.0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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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작품출처 :  김종삼(1921~1984), <나남문학선·43 김종삼 전집>

■  여러분과 시로 만난 지 어느덧 13주차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제게 ‘시란 무엇인가요?’ 라거나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라고 물어 오신다면 저는 안타깝게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맬 것입니다.
물론 어정쩡한 대답이야 할 수는 있겠지만, 흔쾌히 수긍할만한 대답은 되지 못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절창만을 보여준 바 있는 김종삼 시인은 일찍이 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두셨군요.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시이고 시인이라고 우리에게 일러주는군요.
그러니 오늘은 바로 그런 사람인, 당신이 시이고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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