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정보 편식이 건강을 해친다
맞춤정보 편식이 건강을 해친다
  • 이승희 (주)커뮤니케이션 웍스 대표
  • 승인 2011.12.10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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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를 알려주는 앱을 설치해놓은 남편의 스마트 폰이 수시로 삑삑거린다. 남편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 해당 정보를 받는 것이라고 나와 딸에게 통하지도 않을 농담을 한다.

우리는 모바일 기기,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세상 소식을 찾는 데 익숙해져 있다. 자신이 등록해 놓은 사이트에서 뉴스, 쇼핑 소식들을 수시로 전해주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내 취향에 맞춰, 내 필요를 먼저 알고 상품을 추천하거나 소식을 전해주는 ‘개별화된 맞춤 서비스’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같은 뉴스검색 사이트에서 나와 옆 친구가 동일한 단어를 검색했는데 각각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구글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개개인의 정치적 취향, 관심사, 취미 등에 관한 정보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흥미를 끌만한 맞춤정보를 걸러서 제공한다. 걸러진 정보들에 갇혀 세상을 편협하게, 편향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을 필터버블이라고 한다.

세계최대 시민단체 중 하나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필터 버블’의 실체를 파헤치며 이로 인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제기한다.

필터버블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는 ‘딱’이지만 더 나은 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사람들을 함께 모아주는 데는 ‘땡’이라고 경고한다.

개인 정보를 축적해 분석하는 개별화 필터는 앞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스마트해져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편리함으로 인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간과하는 정보의 편식이다.

수많은 정보에서 원하는 것만을 쉽게 얻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정보가 사라졌는지조차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광고주나 특정 세력이 필터버블에 개입할 경우 우리의 생각과 의견이 그들의 의도대로 조정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음식이든 정보든 편식은 건강에 해롭다. 늘 친근한 정보와 듣기 좋은 어느 한 쪽의 뉴스만을 보고 듣는다면 어떻게 될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조종자에 의한 정보 편식과 그로 인한 의식 지배를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 사용시 정례적인 쿠키 삭제, 습관적 검색과 구독을 멀리하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고대부터 미래까지,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아우르며 사고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독서, 많은 사람들과의 부딪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열린 경험 등을 놓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나’를 절대 잃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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