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전, 이제 시작입니다
졸업작품전, 이제 시작입니다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1.12.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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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순 ‘이판사판’
▲박두순 ‘이판사판’

11월 말 이후 인사동거리는 가을전시회 성수기를 마치고 다소 굵직한 전시들은 사라지는 시기다. 그렇지만 한 학기 때로는 1년전부터 대관예약을 하는 대학 졸업전 전문 갤러리들이 몇몇 있다. 매주 수요일 5시면 인사동의 갤러리들은 한꺼번에 새로운 전시회 오픈식을 갖는다.

1년 중 가장 젊고 열정에 가득찬 밝은 모습들이 차가운 겨울 공기를 훈훈하게 해주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졸업전이라면 학교 실기실 복도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미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갤러리를 가진 대학들도 생겨났고, 한국미술의 메카인 인사동에서 첫선을 보이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이런 졸업전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라 아쉬운 점도 많다. 졸업전을 여는 학생들은 짧다면 짧은 4년이라는 시간동안 작품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홍보방법이나 미술경영의 습득 부족으로 금쪽같은 1주일간의 전시 시간을 좋은 말만 듣다가 보내기 일쑤다.

현대미술시장은 예전처럼 20년, 30년 험난한 길을 이겨낸 작가가 인정받고 시간이 갈수록 작품가가 올라가는 시대가 아니다. 메인 갤러리에서도 젊은 작가 헌팅을 위해 졸업전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그들의 눈에 띄는 행운을 얻는 학생은 여기저기 전시 참여로 빠른 출발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좋은 작가로 키우고 공유해야 할 비전을 지녀야 할 갤러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졸업전을 연 예비졸업생들이 갤러리를 선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는 일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품경매회사 서울옥션에서는 지난 2004년 이후 젊은 작가의 작가들만을 선별해 미술 시장에 소개하는 커팅 엣지(CUTTING EDGE)전을 13회째 개최해 오고 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하는 것은 모던 감각을 공유하고 콜렉터 자신의 안목을 시험할 수 있는 즐거운 재미를 제공한다.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확인되듯 오늘날 미술 시장은 젊은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시장에서 판단을 받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디자인과 출신이 아닌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이제 더 좁은 길로 외로운 아티스트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 네트워크가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고뇌와 역경의 장거리 마라톤에 나서야 한다는 마음 자세에 앞서 자신의 작품을 사랑받게 하고 금전적 보상을 생각하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미술시장은 생각보다 좁고 작가와 작품 순환 사이클도 짧은 무서운 바닥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금방 나타났다 반짝 빛을 못봐 사라지는 작가도 너무 많고, 우후죽순 문 열었다 금세 폐업하는 갤러리도 많고, 남이 사니 나도 유행 따라 그림을 사는 안목 없는 콜렉터도 많다.

항상 느끼는 것은 이런 ‘날림 삼박자’가 맞을 때, 갤러리는 팔리는 그림으로 유도하고 돈 벌려는 작가는 여기저기 국적도 없는 유행그림을 그리고, 콜렉터는 갤러리에서 추천하는 그림을 남들 따라 산다.

장기적 문화선진국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 삼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갤러리 주인부터 많은 공부를 해서 젊은 작가의 길을 열어주어야 하고 관람자 역시 높은 안목을 만들기 위해 다리품 파는 길밖에 없다.

콜렉터들이 다소 신선한 작품과 대면하게 되는 12월이다. 전시디스플레이나 표현이 서툴러도 자신을 드러내고 열정을 쏟아 평생 애정이 가는 작품을 생산해낸 졸업생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이제 장거리 경기장의 출발점으로 꿈을 안고 함께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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