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너머 전통성에 기반 둔 ‘동구리’
팝아트 너머 전통성에 기반 둔 ‘동구리’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1.12.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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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미술 이야기-⑮

1960년대 뉴욕중심으로 활발했던 대중미술 팝아트(Pop Art)하면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올덴버그 등을 떠올리게 된다. 팝아트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팝아트는 네오 팝(Neo Pop), 일본작가 무라카미 다사키와 나라 요시토모가 대표적이다.

물론 한국에도 선두적인 팝 아티스트로는 ‘아토마우스’의 이동기 작가가 있고, 자칭 팝아트는 아니라는 권기수가 있다. 화려하고 깔끔한 색감의 캐릭터 ‘동구리’는 아이들은 물론 특히 여성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작가 자신을 나타낸 유쾌한 이미지다.

화면 중심의 마냥 웃음을 띤 인물 이미지는 허공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자기를 찾아가는 작가의 이상향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권기수 작가는 아크릴물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전통적 소재 일부가 배경을 가득 채워 공간을 재해석한다.

인간의 고독과 소외감을 먹으로 표현했던 1998년 제1회 개인전은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중국의 죽림칠현 이야기를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이후 시화, 노장사상, 도교와 같은 현실의 도피,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허상과 실재에 대한 탐구를 반영하고자 최근에 등장한 것이 무지개이다.

전통적인 그림에서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무지개의 의미가 주어지는데 신작 Reflection 시리즈는 작가 스스로를 반성해보고 자아를 스스로 반영해보는 풍부한 내용과 표현상의 밀도감을 자아낸다.

또한 평면에 머물지 않고 영상과 조각, 설치와 아트상품 콜라보레이션 등의 활동으로 대중과의 호흡을 지속적으로 시도함으로써 만들어 낸 동구리는 지친 현대인에 미소를 주는 영원한 친구다.

앤디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처럼 살아생전 인기를 얻고 여러 어시스턴트를 두고 작업한 것을 통해 이루어진 대규모 개인전과는 다른, 변화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작가의 일과를 반영해주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간구성을 위한 설치와 조각, 영상을 오랜 기간 연구한 만큼, 볼륨감을 더 키웠으면 어땠을까. 또 공공성을 위한 규모에다 소재탐구를 위한 연구자와 힘을 합한다면 더 큰 권기수가 될 것 같다.

▨ 권기수 <Reflection: 明鏡止水 명경지수>. 12월 31일까지. 갤러리현대 강남.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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