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선배의 영전에 바치며
김근태 선배의 영전에 바치며
  • 이종훈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1.0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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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훈 교수

인간의 역사는 장구한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 사라져 갔지만 그 중에서 자신을 위해 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즉 공익을 위해 산 사람들을 우리는 추앙하고 존경한다.

그런 분 중에 김근태 선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달, 즉 부귀영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분은 경기중·고 및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음에도, 그 당시 시대의 문제인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온 몸을 바치신 분이다.

고문을 당해 파킨슨씨병까지 얻게 되었지만 지난 10월초 어느 날 밤에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까지도, 한·미 FTA가 몰고 올 풍파를 걱정하시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걱정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눈빛은 희미하셨지만 가끔씩 또렷이 말씀하시던 선배의 말에서, 그 때는 마지막 만남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우리를 위해 말씀하시던 모습이 나의 뇌리에 새겨진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걱정하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희생하고자 노력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 우리는 김근태 선배의 죽음 앞에서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인간의 죽음이라는 숙명적인 모멘텀을 넘어, 미래를 향한 우리의 교훈을 그 분으로부터 얻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의 삶의 존재가치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말이다.

사회에 속한 우리는 사회를 위해 봉사함으로써만이 진정한 우리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세금을 내는 것에 인색한 우리들에게, 과연 우리는 우리의 힘만으로 지금의 자신에 도달해 있는지를 되물어야 할 것이다.

그분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으셨으며, 속으로 몸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남을 위한 열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2007년에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시며 단식농성을 시작하셨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선지자적 예견력을 볼 수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점을 계승하여 과연 우리가 1%가 아닌 99%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뇌하여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을 하시면서도 99%를 위해 노력하셨던 선배, 자신을 내세우시기보다도 남을 위해 희생하셨던 선배, 손학규 대표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대상이셨던 선배, 우리는 그 분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 번 앞으로의 좌표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최영 장군의 말씀이던, ‘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던 교훈을 실천하시던 선배, 다른 사람을 위해 고생하는 후배를 막걸리를 사주시면서 격려하시던 선배,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의 부족한 점을 꾸짖던 선배,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표상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의 영면에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분이 꿈꾸어 왔던,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가 아닌 진정으로 인간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복지국가로의 전진을 위해, 우리는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기본적 권리를 만끽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돈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성찰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그분의 일생의 몸가짐을 되돌아 볼 때,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분의 일생을 통해, 용기를 잃지 말고, 돌에 부딪쳐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대범하게 남을 위한 봉사의 길을 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선배님! 고이 잠드소서. 비록 몸은 떠나셨지만 선배님의 정신은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영원할 것입니다.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앞으로도 우리의 정신적인 영도자로서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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