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람’이 희망이다!
그래. ‘사람’이 희망이다!
  • 이승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1.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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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희 (주)커뮤니케이션웍스 대표

팔순이 넘은 엄마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복지관에 공부하러 가는 것을 절대 거르지 않고 은행 일은 당신이 직접 처리하신다. 날이 추워져 외출이 힘드신지 컴퓨터를 배워두지 않은 것을 가끔 후회하신다.

쉬는 날 집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일을 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하는 내게 자유롭고 편해 좋겠다며 부러워하신다. 자유롭기는커녕 하루 종일 통제와 감시 속에 사는 것이라고 내가 투덜대면 엄마는 호강에 겨운 엄살로 치부하신다.

사실 나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디지털 유토피아를 기대했다. 모두에게 열려 있고 늘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자유롭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은 참 멋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찬미하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왠지 마뜩찮고 두렵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친구’ 맺기를 요청했다는 페이스북의 알림 편지를 받거나 모바일 메신저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를 친구로 추천하면 당황스럽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남의 자료를 복사해 그냥 짜깁기한 보고서를 보면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가끔 인터넷 서점의 서평 몇 줄, 위키디피아에 올라온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그럴듯하게 주워 읊는 스스로의 가벼움이 다소 역겹다.

더욱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회 이슈에 온갖 상스러운 표현까지 동원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온라인의 이름 없는 댓글들은 섬뜩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가상현실 기술의 창시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재론 레이니어(Jaron Lanier)는 내가 느끼는 불편한 상황들에 대해 도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기반이 된 웹 2.0이 참여와 공유, 개방을 가치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이를 억누르는 도구로 전락했으며, 사람이 기술에 종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의 익명성은 사람들의 맹목성과 야수성을 자극한다고 지적하고, 인터넷 문화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맹렬히 비판했다.

그리고 집단지성에 대한 지나친 열광이 개인의 창의성, 나아가 인간성을 컴퓨팅의 하위개념으로 격하시키는 위험한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의 불편했던 감정들이 내게 그의 주장에 동조하라고 자꾸 부추긴다. 나도 모르게 무감각한 군중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머잖아 기계가 사람을 지능적으로 지배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진다.

머리를 세차게 가로 젓는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일 뿐 모든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내 자신을 다잡는다.

그래. ‘사람’이 어디 만만한가. 스스로 깨우치고 힘을 모으는 시기가 다소 늦은 적이 있긴 하나, 결코 ‘사람’임을 포기하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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