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원 건너편 반포대로 28길(서초3동) 일대 사무실 직원들은 거의 매일 ‘미소 천사’를 만난다.
추위가 매서운 겨울이나 에어컨도 시원하지 않은 무더운 여름까지 만면에 웃음을 띠고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서초우체국 안정인 집배원(33)이 주인공이다.
안 집배원의 웃음과 깍듯한 인사는 이미 인근에서 유명하다. 금세 얼굴을 익히는 그는 평소 들르던 사무실 직원을 밖에서 만나도 예의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기분 나쁜 일이 있던 사람들도 그의 인사를 받으면 ‘안녕’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안 집배원의 가는 길을 막고 인터뷰를 청했다. 도대체 어떻게 날이면 날마다 그런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 다른 사람 기분마저 화사하게 만드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안 집배원은 지난 2007년께 우체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집배원은 정규직 공채를 하지 않고 우체국 아르바이트 직원을 거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집배원이 된 뒤 최소 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정규직 면접을 거쳐 임용이 결정된다. 안 집배원도 택배원 등을 거쳐 상시위탁 집배원이 된지 3년이 지났다. 정규직 면접을 볼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같이 근무하는 상시위탁 집배원 가운데 선배들도 많은데 나서기가 그렇다”며 겸손해 한다.
모든 사람들을 반하게 만드는 환한 웃음은 어떻게 짓게 됐을까.놀랍게도 그는 “오랫동안 연습한 결과”라고 털어놓았다. 우체국 일을 하기 전 동창회에서 친구들이 그의 웃는 모습을 보고 무섭게 보이는 평소 표정보다 너무 좋다고 한마디씩 했다. 무표정하게 있으면 너무 매서운 인상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웃는 연습이 나와 따라해 보았다”며 “처음엔 어색하고 쑥스러웠는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됐고 인상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매일 방문하는 80~100여 개 사무실이나 빌라, 오피스텔 주민들에게도 행복한 느낌을 무차별 전파하게 됐다. 집배원으로서의 보람도 더 커지게 됐다. 집배원들은 즐거운 소식을 전할 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도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 구역이 법원 앞이다 보니 채권 서류나 독촉장 등의 우편물이 많은 편이다. 그런 우편물을 받는 시민들도 안 집배원의 미소 앞에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다고 한다. 안 집배원이 가장 좋을 때는 모처럼 주소를 꼭꼭 눌러쓴 ‘손편지’를 전할 때라고 한다.
그는 “다른 집배원도 그렇지만 초등학생이 손으로 쓴 편지봉투의 주소가 틀렸어도 인근에 수소문까지 해가며 배달해준다”며 “그런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