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다이어리에 ‘있다? 없다?’
당신의 다이어리에 ‘있다? 없다?’
  • 김미란 한국여성단체연합 기획부장
  • 승인 2012.03.0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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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한국여성단체연합 기획부장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중 가장 처음으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새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일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색상, 독특한 디자인, 실용성, 보는 눈에 따라 따지는 것도 가지각색일 터. 필자의 경우 새 다이어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3월’ 면을 펼쳐보는 것이다. 반응은 두 가지. ‘오! 있구나!’ 혹은 ‘에이, 없네!’

다이어리를 쭉 넘겨보면 참으로 많은 ‘**의 날’이 존재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처럼 모두가 아는 날은 차치하고, 성인의 날, 학생의 날, 근로자의 날, 부부의 날, 지구의 날, 세계 습지의 날, 세계 암의 날, 세계 결핵의 날, 세계 연극의 날, 세계 보건의 날, 세계 아동 책의 날, 국제 왼손잡이의 날, 국제 북극곰의 날 등 나열하기조차 힘들만큼 많은 ‘이름 붙여진’ 날들이 있다.

거기에 어디서 시작된 지도 모를 상술로 덧씌워진 ‘**데이’ 시리즈까지 합하면 하나하나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많은 ‘**의 날’ 중에 필자가 찾는 그 날은 다이어리에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그날부터 시작되어 100여 년이 넘게 이어져온 날, UN에서 공식적으로 제정한 국제 기념일,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기념하는 그 날,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의 날. 바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는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매년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28회째가 되었다. 매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날을 알리고 여성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여성인권은 충분히 향상되었고 여성의 지위 또한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역차별을 주장하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과연 현실이 그러한가?

여성의 경제 활동참가율은 49.9%에 불과하여 OECD 평균 64%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여성비정규직 비율(2011년 61.8%)은 매년 증가는 추세이다. 여성 대기업 취업률은 평균 18%로 진입부터 장벽이 존재하고, 공무원의 경우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중앙 7.4%, 지방 4.9%에 불과해 유리천장의 존재를 실감하게 한다.

국회 내 여성의원 비율은 14.7%로 아시아지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세계경제포럼(GGI)에서 발표한 성격자치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5개국 중 107위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에 대한 차별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 이주여성, 성적소수자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오랜 운동의 성과로 제도가 마련되고 정책이 진일보한 부분도 분명 없지 않겠으나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일상에서의 차별을 개선해 내고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해 내기 위해 인식의 전환과 사회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이끌었던 생존권과 인권의 문제가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3월 8일이 세계여성의 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주지할 필요가 있다. 나의 다이어리에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있는지. 자, 한번 살펴보자. 만일 없다면 또박또박 내 손으로 써 넣어보자.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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