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리랑
서울아리랑
  • 박성우 시인(우석대 교수)
  • 승인 2012.03.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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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리랑

 

 

 

 

 

 

서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아리랑 쓰리랑 꼬부랑 할미랑
고개 없는 고개 아흔아홉 고개 넘어넘어
북망산 가는 것이냐 정녕 가고 있는 것이냐
천지에 널린 망우리 엎어지며 뒤집어지며
홀린 듯 미친 듯 죽은 듯 가고 있는 것이냐
유년의 총탄은 아직도 가슴에 박혀있고
청춘은 자본으로 자유로 바다를 넘나들고
황사는 쇳가루 싣고 밤낮으로 불어제끼는데
밀려도 더 이상 갈 곳 없는
고개고개 넘어넘어 신발짝 끌고
서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도 없었던 자리 연신 뒤돌아보며
저 허망한 문명의 진흙탕이여
오염된 역사의 갯펄이여
버드나무 가지 하늘거리는
수묵의 썩은 지폐를 배경으로
떠나는 것들의 삭은 분노가 만들어내는
저 암울한 일몰
서울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가고 있는 것이냐

작품출처 : 장종권(1955~),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 3월이 되고 보니 어디를 가도 정치 얘기뿐입니다. 4.11 총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평소에는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자연스레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가고 있는 것이냐”에 대한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할 날이 그 만큼 가까워져 왔다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이렇듯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삶의 현실이 너무나도 “암울”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묵의 썩은 지폐를 배경으로” 정치를 하던 암울한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제발 정치 마당에도 봄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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