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의 ‘善’의 세계
국민화가 박수근의 ‘善’의 세계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3.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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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의 사람들'

‘45억2000만! 45억2000만! 낙찰입니다.’ 해머를 ‘땅’하고 내리쳤다.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 2007년 5월 이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1998년 서울옥션이 국내 최초 미술품경매회사로 생겨났고 이후 2005년 K옥션이 두 번째로 활약하고 있다. 양대 미술품경매회사에서 메이저경매로 구분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박수근의 어떠한 작품이 몇 개나 준비됐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최상급이면 숨어 있다가 메이저 세일 때 등장하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미술품이 간간히 등장하기도 하고 디자인 가구뿐 아니라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긴 하지만 독보적인 존재인 박수근 작품 최고가 기록에 어떤 이유를 달 수 있을까.

화가 박수근(1914~1965)은 정치사회적 혼란기에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10대에 밀레의 그림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평생 자연주의적 경향 속에서 서민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화강석 재질처럼 두텁게 표면을 덧칠하며 단순하고도 함축적인 선을 바위에 새김질 한 듯 차분히 표현했다. 노상의 여인들을 병렬구도로 잡거나 또한 탈 원근성으로 편안한 구성을 이룬다.

또한 고구려벽화의 황토적인 느낌에서 한국적 정서를 더욱 대변해주기도 하며 이미지의 평면성은 모더니즘 회화의 본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마띠에르에서 동양적인 유화로 보이기도 한다.

▲ '빨래터'

1950년대 말에 완성된 <빨래터>는 박수근의 작품 중 다소 큰 사이즈(37X72cm.20호)의 작품이며 살아생전 작가에 대한 존경과 후원을 해주었던 미국인 손에서 50년간 소중히 간직되었던 작품이다.

전업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했던 많은 외국인 후원자들의 노력과 사랑이 어려웠던 생활 속에 작품활동에 전념하게 했고 오늘날의 박수근을 가장 빛내주는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빨래터>는 최고가 낙찰이후 위작논란이 있었지만 2년여의 기간 동안 법정공방에서 진품으로 판결되기도 하였다.

고향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이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여전한 인쇄프린트로 이루어진 전시작품구색은 어쩔 수 없는 재산증식으로 치우친 일부 컬렉터만의 사유재산축척에 머물러 있는 풍토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자 순위로 바라보며 최고가 ‘억, 억’ 하기보다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화가 박수근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과 재정지원책이 강구돼 최고 작가를 배출한 문화예술도시로의 재탄생을 기대해본다.

■<변화의 시대, 불멸의 화가>展.
     3월19일~4월16일.  롯데갤러리 잠실점. 02-411-6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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