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본 서울의 단체 분포도와 한국사회
GIS Map으로 본 서울의 단체 분포도와 한국사회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3.25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획일화한 좁은 문 거쳐 획일화된 평생직장 원하는 한국인

한국에 관한 불편한 진실

한국사회는 유난히 동질성을 강조하는 단체가 많다.  스스로 단체에 찾아 들어가 스스로 창의성의 문을 닫아거는 것이 우리 국민이 가진 폐쇄성이 아닐까?

12년 만의 귀국이다. 내 친구는 지난 2월 어느 대학교의 경영학부 교수로 ‘영구귀국’했다. 아내들은 걱정이다. 둘이 만나면 가끔 수다로 밤을 지새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으면 둘이 나가 살아라’고 타박을 들은 적도 있다. 내 친구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고, 직장생활도 경험한 후에 미국에서 줄곧 12년을 보내고 들어왔다.

그 사이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대학교의 ‘선생’이 되어 6년을 가르치다 돌아왔다. 내 친구는 지금 한국사회에 적응 중이다. 컨테이너에 실린 이삿짐은 지금도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언어감각도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는 중이라고 하소연한다. 워낙 달변이었는데 가끔 말더듬이가 되곤 한다. 머릿속의 ‘영한’ ‘한영’ 사전이 뒤섞여 있다고 한다. 언어감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선임교수들 앞에서 발표할 때 바지 호주머니 속에 자꾸 손이 들어가는 ‘아메리칸 스타일’이 잘 통제되지 않는다.

12년의 시간차에 한국과 미국이라는 공간 차까지 더해져 독특한 관점과 견해로 오늘의 한국사회를 말해준다. 틈만 나면 내 친구와 수다를 떤다. 대화의 주제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웃고 공감하고 질문하고 반박하고 논쟁하다 뜬금없이 다른 주제로 내달린다. 내 친구가 한국사회에 대한 망원경과 현미경을 들이대는 정점에 집에서 문자가 왔다. ‘아주 신들 나셨네요.’ 대화는 예고편 없이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다음은 내 친구와 대화 속에서 건져 올린 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 다섯 가지이다.

① 너 몇 살이야?

동네 어린이 놀이터. 눈으로 봐도 분명 유모차 속의 아이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모를 리 없어 보이는 어르신이 ‘너 몇 살이니? 몇 살이야?’ 옆에 서 있는 젊은 엄마가 ‘네~ 두 살이에요’라고 유모차 속 아이의 ‘가상음성’으로 대답을 해주고, 이내 본인 목소리로 ‘14개월 됐어요’라고 정확히 월수를 알려준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말을 하기도 전부터 시작해서 죽는 순간까지 ‘몇 살이야’ 질문을 받는다. 오늘자 신문을 펼쳐보라 대부분 신문들이 미국인조차 괄호를 열고 숫자로 연령을 기입한다. 나이에 대한 우리사회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이력서에 생년월일을 기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각종 회원가입에도 꼭 적어야 한다. 명함에 적힌 이름 옆에 나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이상하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기름 값, GDP, 코스피 지수, 부동산가격 보다 상대방 나이가 더 궁금할 때가 많다. 한국어에서 ‘밥 먹어’가 아니라 ‘진지 드세요’라는 ‘높임 형’이 존재하는 한 이 질문법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다시 동네 놀이터다. 아이들이 놀다가 다툼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험악하다. 그 질문을 하나 안 하나 기다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근데, 야 너 몇 살인데?’ 한 살 더 먹은 아이가 한 살 어린 친구의 멱살을 단호하게 잡으며 하는 말, ‘나이도 어린 것이 확!’ 이건 실화다.

② 질문 없죠?

회사일 하며 대학에 나가 강의를 하고 있다. 나의 경우, 우아하게 말하면 ‘겸임교수’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외부강사’이다. 6년째 똑같은 대학, 똑같은 학과, 똑같은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6년째 똑 같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첫 시간에 학점에 대한 열띤 질문을 제외하면 다음 시간부터 ‘질문 없나요?’라고 물어서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다. 거의 빌어야 한다. ‘제발, 질문 좀 하세요’라고.

그럼 정말 궁금한 것이 없을까? 아니다. 나도 작전을 바꿨다. 쪽지를 나눠주고 궁금한 점을 물으면 앞뒤 꽉 채운 질문지가 정말 많다. 학생들이 꺼리는 것은 대중 앞에서 질문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쪽지에서는 질문을 하기는 하니까. 문제는 질문의 내용이다. 질문의 내용과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어떨 때는 마치 서로 짜고 질문하는 것 마냥 똑 같다.

내 친구가 가르치는 과목은 ‘마케팅 리서치’다. 소비자를 잘 이해하기 위한 분석방법론을 강의한다. 내 친구는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좋은 논문, 뛰어난 연구는 훌륭한 질문이 70퍼센트 이상 좌우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질문의 내용, 수준, 방식이 질문자의 지적 수준, 호기심, 얻고자 하는 의도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탁월한 연구는 대부분 얼마나 새롭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느냐에 있다고 알려준다.

나도 저 나이에 강의실에 앉아서 얼마나 질문을 했으며 지금 또 얼마나 창의적인지 자문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질문 없는 침묵과 획일성의 문화를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편두통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학기쯤 지나면 번쩍번쩍 손을 들고 주저 없이 질문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친구에게 ‘쪽지질문’을 알려줬더니 자기도 시도해보겠노라 한다.

③ 간판과 가방끈

미국 TV 방송국의 황금시대간대 뉴스는 각 회사의 간판앵커가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저녁 9시뉴스가 제일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아침 7시뉴스가 그렇다. 시청률 경쟁에서 오랫동안 1위를 달린 NBC 투데이의 남성 진행자는 미국 대통령보다 유명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통령 임기의 몇 배 더 오래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출근준비를 하며 TV를 틀었다. 방송국에 앉아 있어야 할 메인앵커가 중부지역의 어느 대학의 졸업식장에 졸업가운을 입고 마이크를 잡았다. 알고 보니 그 메인 앵커는 대학중퇴자였다. 그날 명예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모교를 방문한 것이다. 내 기준으로 ‘듣도 보도 못한’ 지방대학을 중간에 그만두고 ‘듣도 보도 못한’ 작은 도시의 기상 케스터로 방송 일을 시작했다. 그에 관한 짤막한 자료화면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렇게 작고 미미하게 시작한 그는 조금 더 큰 도시와 더 큰 방송국의 더 주목 받는 위치까지 20년 넘게 꾸준히 노력하고 평가 받고 인정받아 온 것이다.

한 날 한 시에 희망자를 모두 시험장에 모아놓고 몇 시간 만에 ‘고시’를 치뤄 평생 방송인 자격을 주는 한국은 진입은 너무 어렵고 유지는 너무 허술한 사회다. 한 사람의 역량을 단 몇 시간 만에 평가해보려는 게으르고 무심한 사회다. 시험제도에 대한 과도한 권위와 합격자와 불합격자로 구분한 것으로 끝나는 사회다. 20년 동안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고 누구든지 도전하고 어디에서든 시작하고 그 역량을 두고두고 평가한 사회가 더 나은 사회다.

평생교육을 주장하지만 우리사회는 ‘고시’로 대변되는 각종 시험을 통과하면, ‘평생교육’은 선택사항이 된다. 하면 좋은데, 안 해도 좋을 유지하는 데 상관없다. 간판은 화려하고 가방끈은 긴데 문제해결 능력은 부족한 ‘허울뿐인 전문가’들의 사회가 되었다. 미국의 NBC 메인앵커는 한국사회에서는 서류전형 탈락감이다. 다른 대학 중퇴자인 빌 게이츠, 스티브잡스, 스티븐스필버그도 한국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④ 우리가 남이가

동문회와 동호회에 나가지 않자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회사대표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꿔먹고 더 많이 사람들을 만나고 알리고 도움도 주고받으라고 당부한다. 진심으로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각종 클럽과 모임에 가입시켜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분도 있다. ‘사업하실 분이 아닌 것 같다’고 진정 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정말 영업할 줄 모르는 꽉 막힌 사람’이라고 야단과 비아냥을 들을 때도 많다. 아직은 생각을 바꾸고 있지 않다.

가족, 지인,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지 않는다. 탈세하지 않는다. 술, 돈, 인맥으로 영업하지 않는다. 창업하면서 3가지를 결심했다. 아직은 지키고 있고 더 오래 지켜나가고 싶다.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형·동생 삼지 않고 지금 하는 사업을 궤도 위에 올리기 위해 반대로 해야 할 일은 더 만만치 않다. 은퇴할 때 후임자에게 그런 회사로 바통을 넘겨주고 싶다. 그 수준까지 만들어 보고 싶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사회생활하면서 두 분의 고등학교 선배를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되었다. 한 분은 8년 또 한 분은 2년 선배이다. 사회에서 만나 10년 가까이 만나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있다. 그 사이 두 분의 공통점은 한 번도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를 따지거나 기수를 내세운 적이 없다. 하대하지도 않고 형으로 불러라 동생으로 부르마한 적 없다.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일터에서 존경받는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묘하게도 그 분들도 동문회와 향우회에 나가지 않는다. 마음 가는 사람, 자기일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존중하고 공정하게 일을 주고받는다. 남 같은 우리다.

⑤ 청바지 입지 마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전자는 스스로 정한 구호대로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2012년 3월 15일 기준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은 180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620조(미화 5497억 달러)다.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5320억 달러, 세계 23위) 보다 많다. 그러니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애플의 30% 수준이다. 뉴욕증시에서 5000억 달러를 돌파기업은 GE,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인텔, 엑손모빌5개에 불과하다. 1998년 대학원생 2명이 창업한 구글은 시가총액은 225조로 삼성전자보다 기업가치가 높다.

2007년 중반까지 애플은 삼성전자의 그래프 곡선 아래에 7년 넘게 쳐져 있었다. 컴퓨터업계 비주류 만년 하위 애플의 도약을 내다본 이는 드물었다. 삼성과 애플의 운명을 가른 것은 스마트폰이다. 운명의 변곡점은 핸드폰시장의 초강력 선도자 노키아마저 무너뜨렸다. 1등 노키아를 따라잡기 위해 명운을 건 삼성의 도전은 핸드폰을 한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비주류에게 한 번에 추월당해 2.7배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다시 1등 따라잡기의 길에 나섰다.

스마트폰은 핸드폰 기능에 컴퓨터 기능을 융합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노트북을 압축해 핸드폰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전화통화가 되고 인터넷이 상시 연결되는 작은 컴퓨터가 작동되는 것이다. 그러니 운영체계가 필요한데 전 세계는 현재 애플 진영과 구글 진영으로 양분되었다. 구글 진영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대항마로 애플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은 벤처기업 ‘안드로이드’가 제 발로 한국을 찾아와 회사를 팔 테니 사달라는 기회를 눈앞에서 내쳤다. 다음은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당시 부사장 앤디 루빈(Andy Rubin)이 2004년 자비를 들여 항공권을 끊어 서울로 찾아온 일화를 소개한 장면이다. 1년 후 구글은 5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청바지와 정장의 차이다.

“동료와 둘이서 청바지 차림으로 거대한 회의실로 갔다. 청색 정장차림의 간부 20명이 벽을 따라 쭉 서 있었다. 삼성의 본부장(division head)이 들어오자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본부장은 우리의 프리젠테이션을 지켜본 뒤 웃음을 지으며 ‘당신 회사는 8명이 일하는군요. 우리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이 2000명이나 되는 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 그 협상은 가격에 관한 이야기도 오가지 않은 채 결렬되고 말았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회사를 대학원처럼 운영하는 것을 문화적 좌표로 삼고 있다. 창업자들 자체가 청바지를 입고 회사에 출근한다. 구글 본사의 2층에서 1층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지만 미끄럼틀을 만들어 누구나 아래층으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다. 구글 본사에는 수면실이 따로 있고 당구장이 있는가 하면 텐트, 천막, 그네를 설치하고 사무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는 것이 자연스럽다. 삼성전자의 중역실에 청바지차림의 회의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⑥ 문화의 종다양성

봄이 오고 있다. 봄이 한창일 때 주위를 둘러 아무 산등성이나 찬찬히 바라보자. 초록의 천지가 펼쳐질 것이다. 초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에 가까운 연노랑부터 한 겨울을 단단히 버텨온 침엽수의 검은 초록까지 그 다양성은 풍요롭고 다채롭다. 이 땅의 산하에 단 한 종의 나무와 단 한 종의 꽃과 단 한 종의 풀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은 사고의 사막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가장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원리로 다양성을 채택해왔다.

생물종다양성은 생태계의 평형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생태계의 평형 유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생명 네트워크가 유지되어야 한다. 생태계에서 특정 종이 감소하거나 증가하면, 이와 연관된 종도 덩달아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인간은 지구상의 식물들 가운데 약 2만종의 식물을 주로 삶의 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그 가운데 특정 성분을 추출하여 상용화한 것은 겨우 100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문화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문화적 다양성도 다양할수록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새로운 가치창조의 기반이 된다. 2가지 색깔의 물감과 68가지 물감이 빚어내는 색감의 조화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창의성에 대해 작가 조정래는 ‘남다르게 보고, 남다르게 생각하고, 남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같지 않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이 풍요롭고 다채로움의 조건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친구가 12년 동안 외부의 세계에서 살면서 몸과 마음에 담아온 독특한 색감과 문양이 다시 예전의 한국적 문화 속에 해체되고 퇴색되지 않기를 정말로 기대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