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옛 골목 서민냄새 풀풀 나는 칼국수집
종로 옛 골목 서민냄새 풀풀 나는 칼국수집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3.2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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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동 낙원상가 ‘종로 할머니칼국수 ’
▲ ‘종로 할머니칼국수’는 진하게 우려낸 멸치국물로 맛을 낸다.

종로 낙원상가 뒷길이 이어지는 돈의동은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개발주의자들이 보면 당장 밀어내고 지하 5층, 지상 30층짜리 빌딩을 짓고 싶어 할 동네다. 종로1가 피맛골이 그런 개발광풍에 휘말려 르메이에르 빌딩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하지만 돈의동은 아직 옛 기와집과 좁은 골목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한 발 밀려난 쪽방촌 주민들의 터전으로 남아있다. 이 동네 뒷골목에 점심시간마다 길게는 50m까지 줄을 서서 국수 한 그릇 기다리는 식당이 있다.

그 줄은 또 두 곳의 칼국수집으로 나뉘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나는 골목 초입에 있는 해물 칼국수집인 ‘찬양집’으로 들어서는 줄이고 다른 하나는 더 안쪽에 있는 ‘종로 할머니칼국수’를 향하는 줄이다.

보통  ‘종로 할머니칼국수’ 쪽 줄이 더 길게 마련이고 성미 급한 사람들은 눈치를 보다 짧은 탄식과 함께 ‘찬양집’ 줄로 바꿔 타기도 한다.

‘종로 할머니칼국수’는 진하게 우려낸 멸치국물로 맛을 낸다. 혜화동이나 명륜동 등의 터줏대감 격인, 사골육수를 기본으로 한 서울식 칼국수나 ‘안동국시’ 등으로 브랜드화한 칼국수보다 훨씬 서민적이다.

가난했던 시절 시골집의 할머니가 맹물에 굵은 멸치를 끓여 국물을 내고 그 솥에 삶아낸 칼국수와 가장 닮았다. ‘종로 할머니칼국수’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보란 듯 골목 쪽으로 큰 통을 내놓고 국수를 삶아내는 모습을 ‘라이브’로 구경할 수 있다.

부지런한 아주머니들이 솥 바로 한 걸음 뒤에서 쉼 없이 반죽을 치댄 뒤 칼로 썩썩 썰어내 멸치육수가 설설 끓는 통에 밀어 넣고, 다른 통에서 이미 익은 면발을 건져 그릇에 옮겨 담는다.

간혹 반죽을 썰지 않고 손으로 뜯어낸 수제비도 국수 면발과 몸을 섞는다. 때문에 벽에 붙은 메뉴표에 적힌 ‘칼제비(칼국수+수제비)’는 굳이 따로 시킬 필요가 없다. 면발을 익힌 통에서 먼저 떠내면 칼국수가 되고 나중에 뜨면 바닥에 깔린 수제비가 함께 딸려오면서 칼제비가 된다.

여기다 진한 양념장에 칼칼한 배추 겉절이를 곁들이면 시원하기 그지없는 명품 칼국수 맛이 살아난다.
가격은 한 그릇에 4500원.  점심 한 끼에 6000~7000원 하는 요즘, ‘종로 할머니칼국수’는 그 맛 만큼이나 가격도 매력적이다. 면발은 청하는 만큼 얼마든 더 준다. 물론 공짜. 

■ 주소 :  종로구 돈의동 49-1
■ 연락처 : 02-744-9548 (매주 일요일 휴무)
■ 가는길 : 지하철 3, 5호선 종로 3가역 4·6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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