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본 서울의 벤처기업 분포현황
GIS Map으로 본 서울의 벤처기업 분포현황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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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CEO로 가는 여정… 스스로 목표가 되는 리더십 ’

벤처를 창업하는 김형에게

4년만이던가요? 옛 직장에서 퇴직한 후로 저는 저대로 김형은 김형대로 각자 IT 분야에서 자기 길을 찾아 나선지 말입니다. 반가웠습니다. 김형은 저를 ‘선배 창업자’라고 불렀습니다. 조만간 ‘법인 설립신고’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넉넉지 않은 창업자금과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보겠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경영자가 되려니 조금은 막막하다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법인설립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자본금은 어떻게 하고, 자금조달은 어떨지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제가 아는 수준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누고자 했습니다. 역시 김형답게 노트북을 열더니 ‘한번 보실래요?’ 최근에 개발한 프로그램을 조목조목 열심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때 김형의 눈빛이 별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에게 벤처하면서 마음속에 담아온 ‘롤모델’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을 지목하는 대신 그간 회사를 꾸려오면서 힘이 되었던 네댓 명의 경영자과 경영석학들에 대해서 제가 배운 것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김형에게도 어떤 분이 ‘롤모델’이냐고 물었습니다. 주저 없이 ‘스티브 잡스’라고 했습니다.

한참 동안 그로부터 받은 영감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밀어 붙일 때는 가차 없이’ 임직원들을 대하는 그의 치열함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옛 직장에서 제가 보였던 비슷한 행동들에 대해서 당시로는 힘들었지만 김형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만 ‘대한민국에서 벤처로 살아남을 것 같다’ 했습니다. 그때 김형의 눈빛이 단호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잡스 따라 하기의 위험성

김형이 떠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결연했던 눈빛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저술한 스티브 잡스 전기문 표지에는 호랑이의 눈매를 가진 전성기의 그가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김형은 그를 ‘롤모델’을 넘어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웅의 전기’를 읽어보았냐고 물었습니다. ‘900페이지가 넘던데요! 당연히 읽어봤죠.’ 대답이 시원했습니다.

가장 기억 남는 대목을 물었더니 ‘현실 왜곡장’을 들었습니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도 불굴의 의지로 ‘밀어붙이는 저력’에 대해 다시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그가 작은 차고지에서 책상 서너 개로 ‘애플’의 역사를 시작한 것처럼, 그로부터 김형도 용기를 얻어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바다 건너 캘리포니아 태생의 기업가는 한국에서 ‘영웅’이 되었습니다.

김형이 제 사무실을 방문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월터 아이작슨은 장문의 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4월호에 말입니다. 하버드대학교가 발행하는 경영전문잡지입니다. ‘스티브잡스 리더십의 진정한 교훈’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아이작슨이 경영전문지에 기고한 까닭은 이렇습니다. ‘특히 기업을 경영해본 적이 없는 주석가들이 너무도 심각하게 그의 성격적 특징에만 주목하여 스티브 잡스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임직원을 거칠게 다루고 그의 참을성 없고 거침없는 행동이나 괴팍한 언행이 마치 ‘새로운 리더십의 요건’인양 따라하고 흉내내기를 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국내 대형서점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티브 잡스’를 검색하면 경제경영분야 49권, 자기계발 분야 19권, 청소년 분야 14권 모두 82권으로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총수에 관한 39권보다 2배 이상 많은 실정입니다.

그 책들의 목차들을 훑어보면 ‘모든 청중 앞에서 미치도록 대단한 프리젠터가 되는 법’, ‘스티브잡스에게 배우는 실전 프레젠테이션 영어’, ‘스티브잡스의 발음할 때 혀의 위치 따라잡기’, ‘스티브 잡스식 기적의 명상법’, ‘아이패드적 사고’, ‘스티브잡스의 용기 있는 비정함 - 나약한 동지는 잠재적인 적이다’까지 영어, 발표방법, 명상법, 리더십 스타일, 심지어 패션스타일까지 다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김형이 생각하는 ‘잡스처럼’이 위와 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울타리의 페인트칠

잡스의 어린 시절, 잡스의 아버지는 종일 앞마당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답니다. 앞면만큼 정성들여 뒷면을 꼼꼼하게 칠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아빠 뒷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텐데, 왜 그렇게 꼼꼼하게 칠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대답하길 “근데 너는 보고 있잖니. 훌륭한 장인은 안 보이는 구석도 제대로 마무리한단다. 훌륭한 목수는 잘 안 보이는 상자 뒷면일지라도 허접한 나무로 마감하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잡스의 집요함을 성격적 특이함이 아니라 ‘장인정신’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런 자세와 정신은 우리 주변 ‘생활의 달인’ 속에도 많고 우리 역사 속에도 얼마든지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60년 넘게 가야금을 만든 악기장인 김광주 선생은 시간이 날 때마다 명산대천을 돌아다닌다 했습니다. “깨끗한 산 속에서 자란 나무일수록 소리도 맑아요. 물가 바위 위에서 수백 년을 살다가 명을 다하고 죽은 오동나무가 있는데 내 평생 그런 재목을 구하려고 산하를 헤매고 다녔지만 아직 마음에 쏙 드는 재목을 구하지 못했지요.” 장인은 나무를 고르는 것부터 달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작슨의 기고문은 잡스의 성격적 특징 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잡스가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시절에 그의 곁에는 놀랄만큼 충성스러운 동료들이 굳건히 남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잡스로부터 영감을 자극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잡스의 거친 성품에도 불구하고 애플 내부에는 잡스와 연결된 ‘부족’이 형성되었는데, 그들은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훨씬 더 높은 충성심을 갖고 더 오랜 기간 애플에 헌신했습니다. 잡스가 자신에 대한 충성심 대신 회사를 위한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저도 배워보려 합니다.

조선시대 정조는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십, 세종은 물러나 모으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정조는 직접 신하들에게 가르치고 과제 검사를 하고 시험을 치곤 했습니다. 세 번 1등하면 진급시키고 낙제가 여러 번 쌓이면 벌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발탁된 인재가 정약용입니다. 정조는 정약용을 경기도 수해지역에 어사로 임명하여 백성들의 실상과 부패관리들의 현황을 상세히 보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정조의 군주 리더십에 정약용은 신하 리더십으로 화답합니다. 정약용이 평생 훌륭한 공직자로 성장된 배경이 된 것입니다.

세종은 재위기간 동안 무려 1898회의 경연(세미나)를 열었는데 이는 월평균 6.6회에 해당합니다. 세종은 토론, 여론조사, 정책연구의 장을 열어 신하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국정을 이끌었습니다. 세종시절 1474년 과거시험 문제는 ‘인재를 구해서 쓰는 법’이었습니다. 인재는 천하 국가의 지극한 보배이며 세상에 인재를 들어서 쓰고 싶지 않은 임금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인재와 인재인 척하는 자들은 언제나 섞여 있기 마련이라 구분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세종은 인재를 발탁하는 데 겪는 3가지 어려움을 지적합니다. 첫째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不知)이요, 둘째는 인재를 절실하게 구하지 않기(不切) 때문이요, 셋째는 국왕과 인재의 뜻이 합치되지 못할 경우(不合)라고 지적합니다.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 인재를 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데 인재에 관한 가장 중요한 뿌리를 국왕인 자기 자신에서 찾고 있습니다.

A급 B급

‘1981년 봄 무렵 잡스가 사람을 고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기준은 제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있는지 여부였다. 때때로 그는 천으로 덮인 매킨토시의 원형 제품이 놓여 있는 방으로 입사 지원자를 데려갔다. 그리고 천을 벗긴 다음 지원자의 반응을 관찰했다. “지원자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호기심 어린 태도로 마우스를 조작하고 클릭하면 그제야 스티브는 미소를 지으면서 합격시켰어요.” 안드레아 커닝햄은 회상한다.’ - 월터아이작슨, 스티브잡스, 민음사, 2011, 193쪽

잡스는 ‘A급 인재는 A급 인재들을 데려와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B급 인재는 C급 D급 인재들을 데려와 골목대장이나 하며 형편없는 것들을 만들어낸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잡스가 관여한 픽사애니메이션 CEO 에드윈 캣멀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별 볼 일 없는 팀에 건네면, 그 아이디어마저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아이디어를 훌륭한 팀에 건네면,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지요.”하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주변의 A급 인재는 누구인가’ 묻기 전, 스스로 A급인가 묻게 됩니다. A급 인재를 찾기 전에 우선 제가 괜찮은 사람인가 자문하게 되고 대답은 곳곳에서 뼈아픈 자각으로 되돌아옵니다. “리더십에 대해서 말하라면 먼저 그런 존재가 되어야(Be) 하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Know)을 쌓아야 하고, 행동(Do)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싶다.”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의 충고는 아프게 이마를 때립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창업해서 17년째 벤처를 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지? 최근 변동 상황은 OO씨가 팀원들 3명을 선정했는데 모두 친한 선후배들이고 산업디자이너, 엔지니어, 광고마케터. 이중 엔지니어는 OOOO을 퇴직하고 3주 후에 합류하기로 하고, 나머지 2명은 오늘부터 합류. OO씨가 팀리더이고, 이 팀이 진정한 팀으로 나가는데 내가 협력자 조력자 역할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네 조언을 바란다.”

4~5년 전부터 제 친구는 만날 때마다 ‘좋은 사람’ 추천해 달라, 중요한 면접 볼 때 참석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참 많이도 하소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과거에 동료 임직원들과 사이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우선 너랑 내가 먼저 바뀌자’고 호소했습니다.

제 친구는 보석 같은 ‘인턴’ 한 명을 얻었습니다. 그 후로 6개월이 지났고 그 인턴은 팀리더가 되어 지금 세 명의 근사한 인재들을 친구 회사에 합류시키는 중입니다. 답메일에서 “우리가 할 일은 셰르파(Sherpa)가 되어 등반대의 길안내를 맡아 등짐 져주고, 물과 식량 날라주며 그들이 최고봉에 오르도록 지원하자”고 격려했습니다.

카리스마의 오해

리더십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카리스마’입니다. 카리스마가 ‘있다’ ‘없다’부터 시작해서 ‘따뜻한 카리스마’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카리스마(charisma)는 1) 예언이나 기적을 나타낼 수 있는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 2) 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가 지배의 세 가지 유형 중 합리적 지배, 전통적 지배와 함께 카리스마적 지배를 든 이후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리더십은 카리스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리더십은 사람을 잡아당기는 자질이 아니다. 그러한 것은 선동적인 자질에 불과하다. 카리스마도 아니고 자질도 아니라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우선 그것은 일에 관한 것이다. 리더와 비리더의 차이는 목표에 있다. 진정한 리더는 인간의 에너지와 비전을 창조하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행동과 책임에 대한 엄격한 원칙, 높은 성과기준, 사람과 일에 대한 경의를 일상적인 일에서 확인하는 조직문화보다 리더십의 토대로서 뛰어난 것은 없다.” -드러커 100년의 철학, 2004, 청림출판, 43~46쪽

김형! 잡스에게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 창조품이냐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애플이라는 회사’라고 답했다지요? 그의 성격적 특징을 자신보다 더 큰 조직(팀) 아래 배치한 것이야말로 아이작슨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군림하는 것에 주목한 리더가 아니라 자신의 특징마저 조직적 성취에 복속시키려 애쓴 것으로 해석한 것이죠. 잡스가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점점 더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로 성장한 것처럼, 점점 더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 모은 것처럼 김형도 실패가 오더라도 더 도약하고 인재들이 몰려드는 회사의 경영자로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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